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경영보폭 확대… 새해 사업 구상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6일 03시 00분


디테일의 여왕… 패션의 힘 보여준다

신세계는 지난해 12월 “새롭게 촬영했다”며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의 이 사진을 보내왔
다. 새해 ‘이마트표’ 생활 브랜드인 ‘자연주의’를 고품격 라이프 브랜드로 키워내겠다는 정 부사장의 각오가 느껴진다. 사진 제공 신세계
신세계는 지난해 12월 “새롭게 촬영했다”며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의 이 사진을 보내왔 다. 새해 ‘이마트표’ 생활 브랜드인 ‘자연주의’를 고품격 라이프 브랜드로 키워내겠다는 정 부사장의 각오가 느껴진다. 사진 제공 신세계
‘도광양회(韜光養晦).’

‘칼날의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는 고사성어로 자신의 재능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면서 기다린다는 뜻이다.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39)의 지난 15년을 요약하는 말이 될 수도 있다.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과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딸이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여동생인 그는 1996년 신세계 계열사인 조선호텔에 입사해 자신이 잘하는 디자인 분야에서 묵묵하게 일해 왔다. 그의 안목이 택한 조선호텔 객실의 메모지와 우산 등 각종 소품은 그동안 국내 호텔들의 ‘벤치마킹 1호’였다. 재계에서는 그에 대해 “오빠(정용진 부회장)를 끔찍이 위하고, 외사촌 지간인 삼성가(家) 딸들과 비교할 때 결코 나서는 일이 없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나서지 않아도 ‘창조성’이 화두인 시대가 그를 절로 빛나게 하고 있다. 2009년 12월 신세계 부사장이 된 후엔 경영의 보폭도 넓어지고 있다.

정 부사장은 이마트 생활 브랜드인 ‘자연주의’를 확 고치기 위해 지난해 말 세계적 브랜드 컨설팅회사와 계약을 맺은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이마트 내에 있던 관련 팀을 지난해 신세계 패션 계열사인 신세계 인터내셔널로 통째 옮긴 것도 그의 뜻이었다. 조선호텔에 근무하면서도 신세계 전반의 ‘디자인 리베로’였던 그가 이제 ‘마트 표’ 브랜드를 고품격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는 “의식주 중 주거와 관련된 생활용품 부문의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평소 주문과도 맥이 닿아 있다.

예원학교, 서울예고, 미국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그래픽디자인 전공)을 나온 그는 지난해 12월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 동창인 동갑내기 친구 이보영 씨(39)를 신세계백화점 디자인 담당 상무로 불렀다. 국내외 디자인 계통 인맥을 활용해 새해부터 세계적 패션 사진가 스티븐 마이젤 씨가 찍는 톱 모델들의 사진도 광고 비주얼로 쓴다. 한 재계 인사는 “정 부사장은 신세계의 모든 비주얼을 지휘하고 직원 유니폼 디자인까지 점검한다”며 “신세계가 에지를 갖추게 된 건 ‘디테일의 힘’을 강조하는 정 부사장의 공이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신세계 인터내셔널을 통해 2000년대 국내에 해외명품 시장을 열고 패션 멀티숍인 ‘분더숍’도 성공시켰다. 신세계그룹이 2005년 조선호텔의 베이커리 사업부문을 분할해 차린 회사인 ‘조선호텔 베이커리’에서 그는 조선호텔(45%)에 이은 2대 주주(40%)다. 이 회사는 지난해 조선호텔이 운영하던 델리 브랜드인 ‘베키아 에 누보’와 ‘페이야드’를 넘겨받고 ‘이마트 피자’까지 내놓고 있다. 그가 2006년부터 이끈 조선호텔의 리노베이션 작업은 올해 5월 마무리된다.

구학서 신세계 회장은 정 부사장에 대해 “늘 어머니(이 회장)와 붙어 다녀 누구보다 경영수업을 착실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