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제약사 ‘R&D 1000억 시대’ 열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6일 03시 00분


한미약품 올해 대규모 투자 계획… 동아제약 780억-녹십자 600억 투자하기로

국내 제약업계 사상 최초로 연간 연구개발(R&D) 비용으로 1000억 원 이상을 책정한 기업이 등장했다. 그동안 영업 중심으로 운영돼 온 제약업계가 R&D 중심으로 변해가고 있는 단적인 예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은 최근 “올해 1000억 원 이상을 R&D에 투자해 신약 임상시험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1000억 원은 한미약품 연 매출의 15%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 한미약품은 2007년에 매출의 10.9%를 R&D에 투자했고 지난해에는 다소 부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의 15%인 900억 원을 R&D에 쏟아 부었다.

국내 제약업계의 경우 그동안 R&D 투자를 매출의 4∼7%인 400억∼600억 원 수준으로 해왔다. 반면 글로벌 제약사의 경우 R&D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일본 오츠카제약은 2009년 R&D 금액이 1조 원, 글로벌 제약사인 화이자는 8조 원에 달한다.

그런데 그동안 R&D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국내 제약사들도 최근 몇 년 사이에 바뀌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의 7%인 600억 원을 R&D에 투자했던 동아제약은 올해는 780억 원(매출액 대비 8.5%)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해 매출액의 7%인 550억 원을 R&D에 투자했던 녹십자도 올해에는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해 600억 원 이상을 투자할 방침이다. LG생명과학도 지난해 650억 원 이상을 R&D에 투입했다.

업계에서는 상위 제약사들의 R&D 투자 확대가 최근 몇 년 사이 제약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영업통’에서 ‘연구통’으로 교체되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현재 매출액 기준 상위 10개사 가운데 연구소장 혹은 연구인력 출신 CEO는 7곳에 이른다. 10년 전에는 단 1명도 없었다.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의약품 판매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한 ‘쌍벌제’ 등으로 영업환경이 크게 위축되면서 회사마다 R&D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 하고 있다”며 “향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도 R&D 투자 확대는 필수”라고 말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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