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으로 취업뚫기]롯데홈쇼핑 김광식-김수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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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6일 03시 00분


“속옷박사 다됐어요”… 20대 총각의 진지한 女心캐기 눈길
“메모공주 다됐어요”… “신입 교육자료 만든 인턴이 접니다”

《 회사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인턴사원들을 교육하고 업무에 배치한다. 선배 사원들과 비슷한 업무 부담을 인턴에게도 부여해 철저하게 성과로 평가하기도 하고, 팀의 일원으로서 서서히 분위기와 업무를 익히도록 하는 회사도 있다. 방법은 달라도 인턴을 뽑는 목적은 우수한 인재를 선별하기 위해서다.

롯데홈쇼핑에서 인턴을 거쳐 정식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광식 씨(28)와 김수진 씨(25·여)는 조금은 느슨해 보이는 인턴 생활 속에서도 자신만의 장점을 드러냈다.

단순히 시키는 일을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속에서 요령을 배우고, 일을 찾아 해가면서 스스로 회사에 필요한 인재임을 입증했다. 》
○ 단순 업무에서도 배울 점 많아

롯데홈쇼핑 카탈로그운영팀 김광식(왼쪽), 김수진 씨가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롯데홈쇼핑 본사 TV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인턴에게 필요한 것은 “일을 하려는 열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롯데홈쇼핑 카탈로그운영팀 김광식(왼쪽), 김수진 씨가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롯데홈쇼핑 본사 TV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인턴에게 필요한 것은 “일을 하려는 열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지난해 7, 8월 두 달 동안 인턴으로 근무했던 김광식 씨는 무척 낯선 부서에 배정받았다. 속옷잡화팀에서 일하게 됐는데 40, 50대 여성 고객 비중이 높은 홈쇼핑의 특성상 여성 속옷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았다. 갈라 팬티, 보정 속옷 등 용어부터 익숙하지 않았고, 여자 속옷의 사이즈가 어떻게 되는지도 잘 몰랐다. 특히 홈쇼핑에서 판매되는 속옷이 상당히 화려하고 야한 제품들이 많아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 속옷들을 보는 것조차 민망할 때가 많았다. 김 씨는 “선배한테 물어가면서 속옷이 어떤 기능을 가졌는지, 어떤 패턴을 가진 속옷을 입었을 때 가슴이 예뻐 보이는지 등에 대해서도 배우려 애를 썼다”고 말했다.

20대 총각이 ‘여자 속옷 박사’가 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일단 샘플 속옷을 집으로 가져가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거나 이모나 고모 등 홈쇼핑 주요 고객층과 다양하게 접촉했다. 이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는 무엇인지, 얼마나 자주 속옷을 구매하는지, 적당한 가격대는 어느 정도인지 등 가족과 친척들을 취조하듯 캐물었다. 처음에는 ‘왜 그러느냐’며 손사래를 치던 이들도 김 씨의 적극성에 자신의 취향을 털어놨다. 가족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는 ‘젊었을 때는 관심 없던 화려한 속옷이 나이가 들면서 점점 끌린다’ ‘목욕탕이나 찜질방 등에서 옷을 갈아입을 때 화려한 속옷은 스스로의 자신감을 표현하는 수단’이라는 것. 김 씨가 알아본 내용은 화려한 모양, 강렬한 색상의 속옷이 잘 팔리는 홈쇼핑의 판매 현황과도 일치한다.

김 씨는 “지하철 같은 데서 넋 나간 사람처럼 여자 뒤를 쳐다봐 괜히 오해나 사지 않았을까 걱정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단순한 업무에서도 창의성을 발휘하려 했다. 경쟁사의 방송 스케줄을 보고하는 단순한 일도 보는 사람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형식을 바꾸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김 씨는 “단순한 일이지만 이런 것 하나도 평가받는다고 생각하고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이 없을지 고민했다”며 “야외 촬영에 엑스트라로 나가기도 했는데 거기서도 카메라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협력은 어떻게 하는지 등 시스템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자세가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 신입사원 교육자료 만든 인턴

지난해 1, 2월 카탈로그 운영팀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던 김수진 씨는 출근 첫날부터 자신의 진가를 과시했다. 첫 출근을 한 지난해 1월 4일은 서울에 25.4cm의 눈이 내린 날. 다른 인턴들은 모두 지각을 면치 못했지만 유일하게 김 씨만 제시간에 출근했다. 김 씨는 “전날 일기예보에 눈이 많이 온다고 해 다른 날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 운동화를 신고 첫 출근길에 올랐다”며 “기본에 충실하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인턴 기간에 일을 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데 중점을 뒀다. 인턴이 굳이 갈 필요가 없는 상품설명회에도 참석해 선배들이 상품의 어떤 점을 부각해 판매와 연결하는지를 배우려 했다. 김 씨는 또 ‘인사 잘하는 인턴’으로 유명했다. 롯데홈쇼핑의 모든 직원들이 다 그녀의 존재를 알 정도였다.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출근하고, 단 한 차례도 늦지 않는 성실함도 인정받았다. 김 씨는 “나중에 이사님이 진정성이 보여서 뽑았다고 할 정도로 인턴 기간 내내 일하려는 의지와 준비상태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김 씨는 메모도 열심히 했다. 선배들이 지시한 내용이나 가르쳐준 내용을 빠짐없이 적어놓았다. 말을 한 선배는 잊어도 김 씨의 수첩에는 메모가 남아있을 정도였다. 메모하는 습관 덕분에 김 씨는 신입사원 교육 자료를 만드는 임무를 맡기도 했다. 신입사원들에게 카탈로그 운영팀의 업무를 소개하는 자료를 인턴인 김 씨가 만들어 실제 교육에 사용되기도 했다. 김 씨는 “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따라가자니 목이 말랐고, 내가 스스로 우물을 파는 것처럼 할 일을 찾아다녔다”며 “이런 과정들을 통해 내가 진정으로 이 회사에 입사하고 싶고,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 롯데홈쇼핑 인턴십 과정은 ▼

롯데홈쇼핑은 2008년부터 매년 인턴십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도 동계인턴십 대상자를 선발해 오리엔테이션을 거쳐 3일부터 8주간의 인턴십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인턴십 과정은 사업 현황, 직장예절 등 기본교육을 한 뒤 개인의 관심 분야, 전공 등을 고려해 부서를 배정한다. 부서 배정 후 현업에 근무하는 지도사원(멘터)의 일대일 교육이 이어진다.

교육은 멘터가 매주 과제를 내면 인턴직원이 한 주간 역량을 발휘해 수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제출한 과제물이 실제 업무에 적용될 경우 높은 점수를 받기도 한다.

인턴십 과정이 끝나면 역량 평가, 개선과제 프레젠테이션, 임원 면접을 거쳐 채용 여부를 결정한다. 채용이 결정된 인턴사원은 하반기 대졸 공채사원과 함께 입사한다.

■ 인사담당자가 말하는 인턴십

▽좋은 예: 일 찾아 하는 인턴

업무를 찾아서 하는 인턴이 높은 점수를 받는다. 인턴에게 일일이 모든 업무를 가르쳐줄 시간은 없다. 어깨 너머로 보고 배웠으면 행동으로 보여줄 것. 주어진 과제를 마쳤더라도 자신의 일을 찾아 하면서 팀의 당당한 구성원임을 인식시켜야 한다.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역량평가에 반영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나쁜 예: 친화력 없는 인턴

업무수행 능력이 뛰어나도 친화력이 없다면 좋은 인상을 주기 힘들다. 다가오지 않는 무심한 직원은 어느 팀에서도 선호하지 않는다. 크고 활기찬 목소리로 인사하는 직원이 팀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바꾼다. 인사성이 밝고, 먼저 다가오는 태도를 갖춘 직원이 협업능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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