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는 5789만 달러(약 642억 원)를 투자해 2004년 10월 캘리포니아 주행시험장을 준공하면서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이후 이 주행시험장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꼭꼭 닫혀 있었다. 개발 중인 차량의 보안 유지를 위해서였다.
‘비밀의 땅’으로 남아 있던 현대·기아자동차 캘리포니아 주행시험장을 세계 주요 언론사 중 처음으로 7일 오전(현지 시간) 방문했다. 주행시험장은 로스앤젤레스에서 동북쪽으로 160km 떨어진 캘리포니아시티에 자리 잡고 있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시티’지만 모하비 사막 한가운데 자리 잡은 주행 시험장 주변은 삭막했다. 캘리포니아 주 보호수인 조슈아 트리와 키 작은 잡목이 눈에 띌 뿐이었다.
주행시험장을 알리는 이정표를 보고 왕복 4차로 도로에서 벗어나 2km 이상 들어가자 주행시험장 건물이 보였다. 조용했다. 중국에서 개발된 아반떼 XD 등 완성차 14개 모델과 120여 개 부품에 대한 성능 테스트가 이뤄지고 있지만 기자의 방문에 대비해 보안 등급이 높은 차량은 주행시험장 외곽으로 옮겼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미국에서 시판되는 모든 현대·기아차 차량과 현지개발 부품에 대한 성능 및 내구력 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등 한국 타이어 회사들도 이곳에서 북미지역에 판매될 차량에 들어가는 타이어를 테스트한다. 배현주 현대·기아차 미국 기술센터 부장은 “남양연구소의 주행시험장은 세계 시장에서 판매될 차량에 대한 성능 테스트가 이뤄지는 반면 이곳은 북미지역과 남미 현지 전략 차종의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현대차가 미국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이 주행시험장은 핸들링 시험로, 승차감·소음 시험로, 오프로드 시험로, 고속주행 시험로 등 8개의 시험로로 이뤄져 있으며 총 연장은 116km에 이른다. 경쟁사에는 없는 최대 경사각도가 12%인 5.3km의 등장판로가 있어 정속 주행 기능이 있는 차량의 엔진과 변속기 성능 시험을 할 수 있다. 승차감·소음 시험로는 노면 재질이 다른 22개의 도로로 이뤄져 있다. 박세길 캘리포니아 주행시험장 책임연구원은 “미국은 도로 노면의 재질과 상태가 주마다 다르기 때문에 그런 점을 고려해서 각각 다른 노면의 도로가 있다”고 말했다.
가장 규모가 큰 고속주회로는 일주거리 10.4km의 타원형 3차로 트랙으로 최고속도 시속 250km까지 주행이 가능해 최고시속시험 등 각종 고속주행 및 내구시험이 가능하다. 고속주행로에서는 브라질에서 판매되고 있는 독일 자동차회사의 소형차가 주행 중이었다. 안승호 책임연구원은 “브라질 진출에 대비해 경쟁 회사의 차량을 연구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곳 연구소에는 한국에서 파견된 주재원 3명과 현지 채용한 연구원 2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주재원들은 주로 관리 업무를 맡고 성능 테스트는 대부분 현지인 연구원들의 몫이다. 배 부장은 “여느 미국 회사원과 달리 우리 회사 현지 직원들은 야근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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