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강남 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고, 거래량이 늘면서 부동산 대세 하락론이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미래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향후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진행될지 판단하기 어려운 형국이지만 일본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은 경제 전반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에서 벤치마킹의 대상이고 ‘잃어버린 10년’을 통해 가르침을 얻을 수 있는 반면교사(反面敎師)의 대상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제성장률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약 20년의 격차를 두고 한국과 일본의 인구 구성이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1970년에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이 7%가 넘는 고령화 사회에, 1994년에 14%를 초과하는 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반면에 한국은 2000년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고, 2018년 고령 사회로 변모할 예정이다. 또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제일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가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 사회로 바뀌는 데 115년이 걸린 반면, 일본은 24년, 한국은 18년이다.
일본은 2004년부터 인구가 감소세로 바뀌었고 가구주 증가 둔화로 주택시장은 2002∼2007년 단기적으로 상승한 뒤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소비자들은 자가(自家)보다는 임대를 선호하고 있다. 특히 도심지역을 중심으로 직장과 가까운 임대주택의 선호도가 높아져 임대주택시장이 활성화됐다. 따라서 주택임대사업이 안정적인 투자처로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주택 신축보다는 중고 주택 및 리모델링 시장이 성장세다. 1990년대 초반 160만 채 수준이었던 신규 주택 공급이 2000년대 후반 110만 채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다.
게다가 고령화의 영향으로 신도시가 급격히 쇠퇴하고 있다. 도쿄에서 서쪽으로 약 30km에 위치한 다마뉴타운은 1971년 입주가 시작됐다. 초기 입주자들이 현재도 거주해 고령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오사카의 센리뉴타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975년 13만 명이던 인구는 2010년에는 9만 명으로 급감하였다.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심으로 이사하면서 고령화와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쇼핑센터 등 상업용 시장의 공실이 늘어나면서 도시 경쟁력이 낮아지고 있다. 현재 한국의 주택정책이 신도시와 물량 위주로 추진되고 있는 만큼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정책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뉴타운이 노후하면서 자녀를 따라 도심 소형주택으로 이사하는 노인도 많아지고 있다. 노무라종합연구소(NRI) 조사에 따르면 도쿄에서 인근 지역에 부모가 살고 있는 경우는 2006년에 1997년 대비 13%포인트 증가해 41%에 달했다. 소위 ‘보이지 않는 가족(invisible family)’으로 동거는 안 하지만 서로 인근에 살면서 경제적 정신적으로 유연하게 연결돼 있는 가족 형태를 말한다. 노인들은 범죄, 노후 건강, 정신적 소외감으로 불안을 느낀다. ‘보이지 않는 가족’은 저출산 시대의 산물로 부모와 자녀가 가까운 곳에 거주하면서 생활이나 소비 등 모든 면에서 서로 의지하는 것이다.
한국도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도시와 지방 거주자 상당수가 도시로 집중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일본보다 수도권의 집중도가 더욱 심각하기 때문에 주택 문제 등이 더 심각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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