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코스피가 2,000을 넘어선 이후 지수의 하루 변동률이 1%를 넘어선 날이 하루도 없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야금야금 주가가 상승했다는 말이다. 한국 주가지수의 30일 역사적 변동성은 10% 정도 수준인데, 2006년 말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의 변동성이다. 변동성의 수준이 이만큼 낮아졌다는 것은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투자심리가 안정되어 있고 어떤 한 방향으로 주가가 움직일 것이라는 기대가 모아져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G2인 미국과 중국의 상황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긍정적이다. 미국 경제는 2차 양적 완화 정책의 효과가 점차 발휘되면서 실업률의 하락과 소비의 회복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중국은 인플레이션 압력 억제에 주력하면서 내수 진작을 통한 적정 경제 성장률 유지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나라 수출에 긍정적이다. 우리나라의 경기선행지수(전년 동월비)는 1분기에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거시 경제적인 환경이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장밋빛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꾸준히 그리고 점점 많이 우리나라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주식시장에 대한 긍정적 전망뿐 아니라 원화가치의 상승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원화는 작년에 달러화 대비 가치가 거의 변하지 않은 드문 통화이다. 게다가 점차 불거지고 있는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는 대부분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에 기인했기 때문에 물가 안정 수단으로서도 원화 가치의 상승은 용인될 수 있는 상황이다. 랩어카운트나 주식형 펀드를 통한 주식투자 자금의 증가 추세도 외국인투자가의 매수세와 함께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경험적으로 보았을 때 변동성이 아주 낮아진 상황 이후에는 주가가 조정된 사례가 많았다. 주가가 조정을 받는다면 두 가지 요인에 따라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첫째는 매수차익거래 물량의 청산 가능성이다. 3월물 주가지수 선물 베이시스는 이론적인 수준을 상회하면서 높게 형성돼 왔고 이에 따라 매수차익잔액이 증가하였다. 외국인이 연초의 자산배분을 마무리 지으면서 매수 강도를 낮추고 주가지수 선물의 베이시스 수준이 낮아진다면 프로그램 매도에 의한 시장 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 둘째는 유로존 재정위기의 장기화이다. 유로존은 단일 통화를 쓰면서도 정치적으로 독립된 국가들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각국 재정위기를 해결할 방법이 중앙은행을 통한 유동성 지원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가별로 다른 경제 상황을 반영한 환율의 조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재정위기에 빠진 나라들이 점점 높은 금리로 만기 부채를 롤오버하게 된다면 유로존 재정위기가 장기화될수록 문제는 점차 심각해질 수 있다. 첫째 원인에 따른 조정이라면 단기적인 가격 조정에 그칠 개연성이 크겠지만 둘째 요인에 따른 조정은 조금 더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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