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나란히 지면을 장식했다. 증시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는 큼지막한 제목 밑에 역시 같은 크기로 ‘30년 뒤 당신이 탈 연금은 없다’라는 기사가 실렸다. 지금 40, 50대 중년은 별일 없으면 거의 100세 가까이 산다는 전망도 잊을 만하면 나오고 있다.
현재 20, 30대에게는 절망적인 소식들이다. 열심히 일해 적립한 연금은 기존 세대가 다 써버리고 정작 자신들은 빈털터리가 되고 거기에 더해 평균 60세에 직장을 그만두더라도 수십 년을 더 살아야 한다는 끔찍한 시나리오다. 한 세대 전만 하더라도 대개 60세에 은퇴하고 75세 전후에 사망했기 때문에 30년을 벌어 15년 노후를 버티면 족했다. 그런데 이제는 30년을 벌어 ‘돈 번 기간보다 훨씬 더 긴 세월’을 살아야 한다. 어쩌면 돈 번 기간보다 두 배 이상 살아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정부도 이제 수명이 연장된 것을 고려해 복지정책을 구축할 것이라니 다소 위안이 되지만 제아무리 제갈공명이라 할지라도 일한 기간보다 배 이상 사는 노인 인구를 먹여 살릴 방법은 없다. 결국 상당 부분 개인이 알아서 준비해야 한다. 일단 최소한 일하는 기간이 은퇴 후 사망까지 기간보다 두 배 정도 길게 은퇴 시기를 늦추어야 한다. 그러나 전 세계 어느 나라나 60세 넘은 노령 인구를 제대로 고용할 수 있는 산업이나 기업은 많지 않다. 따라서 직업이 있는 동안 노후를 위한 재테크는 절박하고도 절대적인 과제다.
그런데 문제는 재테크를 하기 위한 수단은 시간이 흐를수록 사라지거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지금 주가를 보면 지난 한 해는 환매를 할 것이 아니라 무조건 펀드에 돈을 넣었어야 하는 해였다. 그럼에도 28조 원이나 되는 돈이 펀드를 떠나 여기저기 헤매고 있다. 또 개인투자자들은 지난해 평균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수만 따라갔어도 20%는 벌었건만 혼자 용쓰지 말고 펀드에 넣어 놓고 있었어야 했다.
결국 왔다 갔다 하는 사이 코스피는 2,000을 넘었다. 한 저명한 경제학자는 지수 2,000을 오갈 데 없는 국제 투기자본이 올린 것이라고 혹평한다. 일정 부분 맞는 말이다. 그런데 자본시장의 속성이 그러하다. 또 유럽 재정위기가 지속될수록 역설적으로 ‘오갈 데 없는’ 글로벌 투기자본이 상당 기간 아시아를 기웃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과거 1990년대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2,700에서 1만2000까지 상승하는 동안 매년 그린스펀은 거품이라고 비판했다. 그때 그가 제조한 말이 ‘비이성적 과열’이라는 단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당신이 3%대 금리에 만족할 수 없다면, 또 특별한 재테크 수단이 없다면 주식 투자다. 더구나 금융위기를 통해 적립식 투자가 최선이라는 것도 증명됐다. 물론 당연히 증시는 출렁거린다. 타이밍 잡지 말고 꾸준히 적립식으로 가입하는 것이 장수시대의 최선의 대비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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