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하우젠 스마트 에어컨’ 신제품 설명회. 이 회사 개발팀 백상훈 상무가 갤럭시탭에서 문자메시지 수신음이 울리자 시연 도중 기자들에게 이같이 농담했다. 갤럭시탭에는 ‘<삼성에어컨> 에어컨 전원이 켜졌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떴다. 개별 에어컨과 무선으로 연결된 삼성전자 서버에서 발송된 문자였던 것. 백 상무가 ‘켜’라는 외마디 문자메시지를 보낸 지 1분쯤 흐른 뒤였다.
잠시 뒤 스탠드형 에어컨 표면이 스르르 열리면서 시원한 바람이 나왔다. 전원을 끌 때도 마찬가지로 ‘꺼’라는 문자를 보내자 에어컨이 닫힌 뒤 ‘전원이 꺼졌다’는 확인 메시지가 갤럭시탭으로 전송됐다. 급하게 외출하느라 에어컨을 켜고 나와도 집 밖에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무선기기로 전원을 끌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네트워크와 연결된 전자기기들이 대세인 가운데 세탁기와 냉장고, 에어컨 등 전통 가전시장에도 ‘스마트 열풍’이 불고 있다. 주변기기들과 무선 네트워크로 연결돼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와 연동돼 에너지 효율을 높이려는 것. 스마트 가전의 특성상 일반 가전제품보다 각종 정보기술(IT) 부품이 많이 들어가는데 한국 전자업체들은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편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가전시장에서 미국 월풀이나 네덜란드 일렉트로룩스에 뒤지고 있는 삼성 LG전자가 최근 스마트 가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과 LG전자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자체 OS를 적용한 스마트 가전을 개발 중인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등 일반 가전에 OS를 접목하려는 것은 삼성의 스마트 에어컨 시연에서 볼 수 있듯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이미 OS가 깔려 있는 모바일 기기와 가전제품을 연동시키기 위해서다.
삼성 관계자는 “네트워크와 무선 IT기기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스마트 가전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면서 “현재 생활가전사업부가 무선사업부와 함께 가전용 OS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과 LG전자는 범용성과 연결성 차원에서 이미 다수의 사용자를 확보한 안드로이드를 가전용 OS로 개발하는 한편 별도의 자체 OS도 준비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스마트폰에서 안드로이드 OS를 적용한 갤럭시S와 바다 OS를 적용한 웨이브폰을 내는 등 복수의 OS를 채택했듯 가전제품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LG전자도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사업에 참여하면서 실시간 전력요금에 따라 가전제품이 스스로 전력소비량을 최소화할 수 있는 스마트 가전제품을 집중 개발하고 있다. 예컨대 스마트그리드를 통해 분당 전력요금이 가장 저렴한 시간대가 언제인지를 파악해 이에 맞춰 세탁기가 심야에 스스로 가동되는 원리다.
LG전자 역시 무선기기와 가전을 연결시키고 있는데 12일 자사(自社)의 ‘4D 입체냉방’ 에어컨을 소개하면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전원과 온도를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을 보여줬다. LG전자 하삼철 AC연구소장(전무)은 “스마트 가전은 가정용보다는 인텔리전트 빌딩 등 상업용 건물에서 많이 쓰일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범용성이 중시되는 상업용 건물의 특성상 자체 OS보다 안드로이드 OS가 더 많이 쓰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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