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노동조합은 2005년경부터 보직 없는 서기관급 이하 직원들을 대상으로 ‘닮고 싶은 상사’를 뽑는 행사를 매년 해왔다. 일종의 인기투표이자 상향평가인 셈이다. 여섯 차례 실시된 이 투표에서 두세 차례 이름을 올린 간부는 여럿 있다.
그러나 독보적인 스타가 1명 있다. 신제윤 국제업무관리관(53·1급)이다. 국장급 3, 4명과 과장급 10명 안팎을 뽑는 이 투표에서 신 관리관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재정부 내에서는 “당분간 깨지기 힘든 기록”이라고 말한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일단 일을 잘한다는 평가가 많다. 신 관리관은 행정고시 24회 전체수석으로 화려하게 공직을 시작해 국제금융과장 국제금융심의관 국제금융국장 등 줄곧 엘리트 코스를 달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한미 통화스와프협정 체결에 앞장섰고 주요 20개국(G20) 차관회의 의장으로 G20 서울 정상회의의 성공을 이끈 주역 중 한 명이다.
재정부 관계자들은 “경력을 보면 앞만 보고 위만 살피며 살 것 같은데 소외받는 음지(陰地)도 잘 챙겨 놀랄 때가 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신 관리관은 사석에서 “군 복무 시절 이른바 ‘빽(권력)’을 이용해 근무지를 편한 곳으로 옮긴 동료를 보면서 분개했던 기억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호주 재무부에서 G20 준비위로 파견 왔던 H K 홀더웨이 국장(41·여)은 “초등학생 때 호주로 이민 간 이후 치열한 경쟁 속에서만 살았는데 신 관리관에게서 아버지같이 넉넉한 한국인의 정(情)을 느꼈다”고 말했다.
신 관리관의 ‘들이대는 용감한 영어’와 탁월한 유머감각도 인기 비결 중 하나다. 지난해 10월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때 윤증현 장관이 기자간담회 도중에 G20 의장국의 높아진 위상을 얘기하다가 “우리가 오만(傲慢)으로 흘러선 안 된다”고 말한 뒤 “이걸 영어로 어떻게 표현하지”라고 좌중에 물었다. 참석자들이 서로 눈치만 보고 있을 때 신 관리관은 “We cannot go to fifty thousand(우리는 ‘5만’으로 갈 수 없다)”라고 말해 폭소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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