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3일 전격적으로 정책금리를 인상했다. 정책금리를 정책 수단으로 사용한 이후 1월에 인상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이 때문에 채권시장에서는 시장금리가 동반해서 오르고 있다. 그동안 1월 인상을 예상한 투자자보다는 느린 속도의 정책금리 인상을 예상한 투자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해 12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한국은행 총재는, 그때마다 ‘상황을 봐서’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향후 정책금리 인상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란 신호를 보냈었다. 따라서 투자자들이 1월 인상을 예상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왜 한국은행이 전격적으로 금리를 올렸을까. 무엇보다 높은 물가 상승률과 높아지고 있는 기대 물가가 문제였을 것이다. 특히 기저효과 때문에 올해 상반기 물가 상승률은 평균 3%대 후반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최근 나타나고 있는 국제 유가나 상품 가격의 상승과 맞물려 경제 주체들의 기대 물가 수준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기대 물가가 오르면 당연히 임금 인상 압력이 거세진다. 경제성장률이 높고 기업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남기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마저 오르는데 이익을 나누고자 하는 근로자들의 욕구가 커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이미 근로자 측에서는 올해 임금 인상률을 9% 선에서 제시하고 있다. 기대 물가가 오르자 그동안 억제됐던 부분까지 반영해 구매력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으로 이해된다.
정부 쪽에서 미시적인 방법으로 물가 상승을 잡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이 역시도 한계가 있다. 미시적인 방법이라는 게 결국 공공요금 동결이나 행정적인 지도일 것이다. 그러나 당장 수입 원가와 기대 물가가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요금 동결은 경영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행정 지도에 대한 반발도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 때문에 금융통화당국과 정부는 거시적 차원의 물가 안정 정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올해 정책금리는 어떻게 변동될까.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 후반, 월별로는 4%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면, 정부와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노력은 당초 예상보다 더 빨라지고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으면 기저효과 때문에 떨어질 법한 하반기 물가 상승률도 기대 물가의 상승과 함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물가 전망을 전제로 할 때 상반기에 2회 정도의 정책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매월 인상과 같은 빠른 속도의 인상이나 성장률 및 물가에 적절한 수준까지의 인상은 올해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금리 상승에 따른 환율 하락 부담과 부동산 시장과 중소기업을 살려야 하는 정부의 입장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5%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소폭의 정책금리 인상으로 물가 안정-고성장이라는 목표가 달성될 것인지는 불분명하지만, 당분간 정부의 정책 기조가 이 방향이라고 보면, 추가 인상 폭은 0.5%포인트를 넘어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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