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없는 대우조선, 외풍 막으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3일 20시 52분


"사장에 얽힌 루머야 사장이 바뀌면 끝날 텐데, 인수합병(M&A) 소식은 직원들의 사기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신입사원 뽑을 때에도 (구직자들이) '저 회사 주인 바뀌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어 문제가 생깁니다."

12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회사 남상태 사장은 이른바 '연임 로비 의혹'이 불거진 뒤 공개석상에서는 처음으로 그간의 마음고생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동안 언론과 거의 접촉하지 않았던 그는 이날 "2년 가까이 수사해서 나온 게 뭐가 있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이 지난달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것과도 무관하지 않은 듯 했다.

지난해 대우조선을 설명하는 사자성어가 있다면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말이 어울릴 것 같다. 조선 불경기 속에서도 100억 달러가 넘는 수주 실적을 세웠으나, 사장이 연임 로비 의혹을 받고 매각 작업이 장기 표류하는 등 회사를 둘러싸고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내부 역량과 무관하게 대우조선이 바깥바람에 시달리는 근본적인 이유는 대주주가 산업은행인 '주인 없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연임 로비 의혹은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된 남 사장이 현 정부에서도 연임된 게 이사하다고 여기는 데서부터 불거졌다. 의혹을 제기하는 측에서도 '대우조선 사장 자리는 정권 실세가 임명하는 게 정상'이라고 여긴 셈이다. 반대로 여당에서도 조선업과는 무관한 여권 인사 3명이 이 회사 상임고문으로 임명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남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회사는 '주인 없는 회사'가 아니라 '주인이 많은 회사'"라며 뼈있는 말을 하기도 했다.

기업을 대선의 전리품으로 여기는 한국 정치의 후진성이 한 순간에 극복될 것 같지도 않고 대우조선과 같은 큰 매물을 인수할 회사가 갑자기 나타날 것 같지도 않으니, 이 회사를 둘러싼 바깥바람은 앞으로도 그치지 않을 듯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남 사장은 "홀어머니가 '애비 없는 자식'이라는 말을 피하려고 애를 독하게 가르치는 것처럼 나도 '주인 없는 회사'라는 말이 듣기 싫어 직원들에게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세계 최고가 되면 어느 회사가 인수하더라도 종업원을 한 명도 버리지 않고 다 승계하지 않겠느냐"고 설득한 것이 직원들에게도 먹혀 들어갔다고 했다. 외부 환경이 어려워도 대우조선 직원들이 자신감과 실력으로 똘똘 뭉쳐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을 계속 걸어가길 응원하고 싶다.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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