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난 정말 애플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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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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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수 산업부 차장
김상수 산업부 차장
13일로 애플의 아이폰을 쓴 지 딱 1년 됐다.

지난해 말까지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는 약 750만 명. 하지만 1년 전 이맘때만 해도 100만 명이 채 되지 않았으니 필자는 스마트폰에 관한 한 나름 얼리어답터(새로운 제품을 앞장서 사용하는 소비군)인 셈이다.

1년간 바뀐 생활상은 대략 이렇다. 우선 아침에 집 밖을 나서자마자 날씨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한다. 점심시간 상대방과 얘기하다 긴가민가하는 사항이 있으면 재빨리 스마트폰을 꺼내 인터넷으로 검색해본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체크도 필수. 얼마 전에는 고교 졸업 이후 연락이 끊어졌던 동창 한 명이 페이스북을 통해 쪽지를 보내왔다. 이름만 기억하면 누구나 찾아낼 수 있으니 얼마나 놀라운 세상인가.

트위터를 통해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같은 유명 인사들을 팔로하고 초면의 상대와 인사하면 건네받은 명함을 나중에 명함인식앱인 ‘캠카드(Camcard)’에 갖다 댄다. 요즘엔 QR코드가 새겨진 명함도 들고 다닌다.

1년간 생활이 참 편리해졌는데 이런 생각도 든다. ‘내가 혹시 아이폰에 중독된 건 아닌가?’ 애플의 폐쇄적인 정책에도 아이폰은 사용자환경(UI)이 워낙 뛰어난 제품이라 한번 맛들이면 헤어나기 쉽지 않다. 스마트폰을 바꾸고 싶어도 아이폰 사용자들은 이런 고민부터 한다. ‘내가 앱스토어에서 공짜로 혹은 돈 주고 내려받은 그 많은 앱들은 어떻게 하지?’

2007년 6월 24일 아이폰 출시 이후 애플은 지난해 3분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7370만 대의 아이폰을 팔아 456억 달러(약 50조8440억 원)를 벌어들였다. 올 3월 전에 1억 대 돌파가 예상된다. 세계에서 70명 가운데 한 명은 아이폰을 쓴다는 얘기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은 결과가 이렇다.


전 세계를 애플의 고객으로 만들려는 애플의 야망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애플은 지배력을 더욱 확장하기 위해 ‘N스크린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N스크린’ 서비스는 이런 것이다. 최고의 인기 드라마 ‘시크릿 가든’을 예로 들어보자. 어제 못 본 80분짜리 시크릿 가든을 오늘 오전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30분 동안 본 뒤 31분부터 60분까지는 회사에서 PC나 태블릿PC를 통해, 61분부터 나머지 분량은 집에서 TV로 이어 보기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동일한 운영체계를 통해 다양한 단말기(N스크린)에서 동일한 콘텐츠를 이용하는 서비스다. 중앙 서버(클라우드)에 각종 데이터와 콘텐츠를 저장한 뒤 언제든 온라인으로 접속해 사용 가능하게 하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바탕으로 한다.

한번 생각해보라.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에어 노트북, 애플TV로만 콘텐츠가 공급되는 모습을…. 어디를 가든 애플 세상이 되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이 N스크린 전략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에서도 KT와 SK텔레콤이 N스크린 서비스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N스크린은 올해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꼽은 정보기술(IT) 10대 트렌드에서 단연 주목받는 화두다. 만약 애플이 이 시장마저 석권한다면 어떻게 될까? 난 정말 애플이 무섭다.

김상수 산업부 차장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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