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1억 올려줄 바엔 차라리 사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8일 03시 00분


전세난 장기화… 일부 대기수요자들 매매로 돌아서
전국 아파트값 16주 연속 상승세… 서울 집값도 꿈틀

전세 기한 만료를 앞둔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사는 정모 씨(35)는 최근 집을 사기로 마음을 바꿨다. 현재 살고 있는 79m² 아파트의 전세금이 2년 전 1억4000만 원에서 현재 2억2000만 원까지 올랐기 때문. 인근의 다른 곳도 알아봤지만 전세금이 많이 오른 데다 월세를 요구하는 집주인도 많았다.

정 씨는 “집값이 더는 오르지 않을 것 같아 매매 쪽은 눈길을 주지 않았지만 전세금이 너무 올라 생각을 바꿨다”며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얘기도 들리고 현재 전세시세에서 돈을 조금만 더 보태고 눈높이를 낮추면 아예 집을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세난이 길어지면서 일부 매매 대기수요가 주택 구매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전국 아파트 값이 16주 연속 상승하고 서울 집값도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매매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17일 KB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10일 기준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 올라 작년 말과 비교해 열흘 사이 0.3% 상승했다. 주간 단위의 전국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지난해 7월 12일 ―0.1%를 기록한 뒤 2개월 이상 ‘제로(0)’ 상태가 이어지다 추석 연휴 다음 주인 9월 27일(0.1%)을 전환점으로 11월 22일까지 9주간 0.1%씩, 12월 27일까지 5주간 0.2%씩 올랐다. 올해에는 1월 첫째 주 0.1%, 둘째 주 0.2%로, 16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줄곧 하락세를 이어오던 서울 집값도 상승으로 돌아섰다. 12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0.1% 상승한 데 이어 올해도 열흘 새 0.1% 올랐다. 특히 서울 강남은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를 제외하면 4개월째 0.1%씩 올랐다.

작년 5∼9월 3만 건대였던 전국 아파트 거래도 10월 4만 건, 11월 5만 건을 넘은 데 이어 12월 6만3000여 건으로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거래도 살아나는 형국이다. 중개업소를 상대로 한 전국 매매시장 동향 조사에서도 매도세 우위(43.1%)가 매수세 우위(18.4%)보다 여전히 높지만 지난해 11, 12월보다 격차가 상당히 줄어 매수 심리가 점차 살아나고 있음을 뒷받침했다.

이처럼 매매시장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는 것은 전세금 상승세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아파트 값을 저점으로 판단한 일부 매매 대기수요가 매입으로 돌아선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거래회복세가 이어질지 확신하기 어렵고 금리인상 등 변수가 많아 집값이 바닥을 쳤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많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부동산연구소장은 “매매가와 전세금의 차이가 크지 않은 소형을 중심으로 지금 사는 곳보다 다소 가격이 낮은 곳으로 집을 사서 옮기는 하향 이동소비가 일어날 수 있다”며 “지표상 집값이 바닥을 다지는 중이지만 3월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연장 여부, 가계대출 총량 관리 강화 같은 금융정책에 따라 집값 흐름이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