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기자의 That's IT]성공은 우연? 필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9일 03시 00분


어떤 성공은 우연에서 시작합니다.

도시락을 놓고 공원에 앉아 시작한 회의였지만 검은 머리에 깡마른 체구의 잭 도시는 지치고 말았습니다. 아이디어 회의는 끝나질 않았으니까요. “이러지 말고 우리끼리 아이디어를 나눌 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쓰면 어떨까?” 잭 도시는 우연히 떠오른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한마디를 던집니다. 이것이 ‘트위터’의 시작이었습니다.

지금 잭 도시와 비즈 스톤, 에번 윌리엄스 등 트위터의 세 창업자가 당시에 나누던 대화 주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심지어 이들은 2006년 트위터 창업 1년 뒤에 자신들이 일하던 회사인 ‘오디오’를 다른 기업에 팔아 버렸습니다. 트위터가 오디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으니까요.

최근 또 다른 우연이 일으킨 성공 얘기를 들었습니다. ‘독도’라는 인터넷 서비스입니다. 트위터가 유행하면서 ‘140자’라는 한 번에 적을 수 있는 글의 길이 제한은 다양한 새로운 서비스를 탄생시켰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링크주소(URL)를 짧게 줄여주는 서비스입니다. 독도는 길게는 수백 자에 이르는 URL을 ‘dok.do’로 시작하는 20자의 짧은 URL로 줄여줍니다.

이전까지 ‘bit.ly’ 등 외국 서비스를 쓰던 국내 누리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트위터에서는 “한국인이라면 독도!”라는 식의 내용이 입소문을 타고 끊임없이 퍼져 나갔습니다. 그런데 이 서비스를 만든 메조미디어라는 회사는 사실 다른 서비스에 더 신경을 쏟고 있었습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소개하는 일종의 ‘앱 포털’인 ‘앱비스타’라는 서비스였죠. ‘독도’는 이 서비스의 앱 소개페이지로 사용자를 쉽게 연결시키기 위해 만든 부가서비스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여기에 더 열광한 거죠.

구글과 같은 회사는 아예 이런 우연이 일으키는 성공의 힘을 시스템으로 만듭니다. 직원들로 하여금 업무 시간의 20%를 회사 일 대신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 쓰게 하죠. 그 결과 만들어진 게 바로 세계에서 2억 명 가까운 사용자가 쓰고 있는 e메일 서비스인 ‘G메일’입니다. ‘구글 지도’와 ‘구글 어스’ 등도 20% 프로젝트의 결과물입니다.

하지만 성공은 우연에서 시작하는 반면 우연히 이뤄지지는 않습니다. 트위터의 공동창업자들은 일단 트위터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뒤로는 사용자 폭주로 서비스가 다운될 때마다 밤을 새워가며 문제를 해결했고, 불확실한 미래를 감수하며 돈을 벌던 회사마저 팔아치운 채 새 서비스에 집중했습니다. ‘독도’를 만든 메조미디어의 개발자들은 기억에 남는 주소를 만들겠다며 한국의 ‘.kr’에 해당하는 도미니카공화국의 ‘.do’ 도메인을 찾아냈고 이를 구입하기 위해 인터넷 사정이 열악한 도미니카공화국의 관련 기관과 수차례 e메일을 주고받으며 간신히 주소를 사들였다고 합니다.

지금도 어디선가 수많은 우연이 일어납니다. 그 우연을 성공으로 이어가는 건 이런 집중력과 열정일 겁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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