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국내 증시는 ‘외국인이 이끈 대형주 강세장’으로 요약된다. 시가총액 상위 우량 종목들의 ‘거침없는 하이킥’으로 코스피는 2,000 선을 돌파했다. 지난해 대형주가 코스피 상승률을 웃돌며 24% 치솟는 동안 중소형주는 14∼16% 오르는 데 그쳤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작년에 이어 대형주 강세가 계속되는 동시에 그동안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중소형주가 함께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대형주와 중소형주가 동반 상승하는 이른바 ‘두 마리 토끼’ 장세가 펼쳐진다는 것이다. 》 실제 지난해 잔뜩 움츠렸던 코스닥시장은 올 들어 19일까지 4.36% 상승하며 기지개를 켜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3.15%)을 앞지르는 성과다. 유가증권시장에서도 중소형주 수익률은 대형주를 앞서고 있다. 대형주를 편식하던 외국인들은 새해 들어 하루도 빠짐없이 코스닥 종목을 사들이며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달 들어 19일까지 외국인은 코스닥시장에서 2600억 원 이상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코스닥에 훈풍이 불면서 중소형주 상승 기대감은 더욱더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 “중소형주 르네상스가 온다”
증권사들은 ‘작은 것이 아름답다’ ‘중소형주의 르네상스가 온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쏟아내며 올해 중소형주 강세를 점치고 있다. 이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과거 중소형주의 상승세가 높았던 때처럼 경기선행지수가 상승 반전되고 수급이 국내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실질금리 마이너스 상황은 주식 자산의 매력도를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많이 오른 코스피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면서 중소형주의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는 상황이다. 수익성 대비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주가수익비율(PER)로 따질 때 중소형주와 소형주의 2011년 예상 PER는 각각 8.3배, 6.2배로 대형주(10.4배)보다 훨씬 낮다.
올해 대형주에 비해 중소형주의 이익 증가율이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대형주의 순이익 증가율은 13%로 작년 51%보다 크게 둔화되는 반면 소형주의 이익 증가율은 13%에서 47%로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근해 우리투자증권 스몰캡팀장은 “가계자금이 증시로 유입되고 개인 중심의 시장이 형성되면 중소형주 강세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신용위험이 축소되면서 위험자산 투자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것도 호재”라고 분석했다. 삼성(43조 원) LG(21조 원) 현대차(12조 원) 등 주요 그룹들이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힌 것도 중소형주 상승 기대감을 키운다. 대기업 투자 확대가 장비나 부품업체가 많은 중소기업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후방 효과로 이어진다는 것.
박승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후방, 내수산업의 특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 투자와 내수 경기에 민감하다”며 “대기업 투자 확대로 중소기업 이익 또한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봉주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익의 질이나 성장성에 비해 저평가된 중소형주가 여전히 많다”며 “이익 개선 가능성, 밸류에이션 매력,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심리 개선 효과를 고려하면 중소형주가 추세적으로 대형주를 웃도는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중소형주 펀드’로 상승장 올라타기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이 수많은 중소형주 가운데 옥석을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덜 알려져 있어 기업 내용을 파악하기 힘든 데다 중소형주는 상대적으로 경기에 더 민감하며 테마나 소문에 따라 주가가 출렁일 때도 많기 때문이다.
중소형주 종목을 일일이 확인하며 비교 검토하기 힘든 투자자라면 직접 투자하는 대신 중소형주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를 이용해 중소형주 상승장의 열매를 따먹는 게 좋다.
중소형주펀드의 성적표도 화려하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중소형주펀드의 1년 평균 수익률은 28.84%로 일반주식형펀드(23.54%)를 앞선다. 연초 이후 수익률(6.36%)이 다른 주식형펀드보다 높다. 순자산 2800억 원으로 규모가 가장 큰 ‘알리안츠 Best중소형’은 1년 수익률이 48%에 이른다. 2년 수익률은 무려 160%를 넘어선다. ‘동양 중소형고배당’ ‘하이 중소형주플러스’ ‘한국투자 중소밸류’ 등도 1년 수익률이 30%를 웃돈다.
많지는 않지만 중소형주 관련 ETF도 있다. ETF는 주가지수나 업종지수 등 특정 지수와 연계해 지수 움직임에 따라 수익이 나도록 만들어진 펀드로 증시에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하는 게 특징이다. 별도 가입 절차 없이 증권거래 계좌만 있으면 주식처럼 실시간 매매할 수 있으며 일반 펀드에 비해 수수료도 싸고 하나의 ETF에 투자해 여러 종목에 분산투자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1년 수익률로 따지면 ‘미래에셋맵스 TIGER 미드캡’이 32.51%로 가장 높고 ‘미래에셋맵스 TIGER가치주’ ‘유리TREX중소형가치’ 등도 20%가 넘는 성과를 거뒀다. 대형 성장주 위주의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라면 올해 중소형 강세장이 예상되는 만큼 중소형주펀드에 일부 자금을 분산해 포트폴리오를 짜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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