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야흐로 목표전환형 상품 전성시대다. 최근 코스피가 거치없이 상승랠리를 보이면서 목표수익률을 달성하고 조기 상환되는 상품들이 속속 생기고 있다. 목표전환형은 주식형으로 운용하다가 미리 정해 놓은 목표수익률에 도달하면 주식을 전부 팔고 채권형으로 전환해 수익률을 확정짓거나 조기상환되는 상품이다. 수익률과 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으로, 현재 고점이 부담스러워 투자를 망설이는 이들에게도 매력적인 상품이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각 자산운용사 등에서도 관련 상품 개발과 판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목표전환형 랩(스폿랩) 상품의 경우 금융당국에서 과열 부작용을 우려해 규제에 나서기도 했다. 》 ○ 목표전환형 상품으로 몰리는 돈
목표전환형 펀드는 보통 연 수익률 10% 정도를 목표로 삼고 있으며 1년 만기 상품이 많다. 단위형 상품으로 설정일 이후 추가로 돈을 넣을 수 없는 게 특징이다. 지난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약 20조 원이 빠져나가는 동안 목표전환형 펀드로는 1조 원 가까운 돈이 몰렸다. 코스피가 2,000을 넘으면서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이 짧은 기간에 시중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데다 일정 수익을 올리면 안전자산으로 바뀌는 목표전환형 펀드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초부터 사상 최고치를 뚫은 코스피가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목표수익률을 조기에 달성한 펀드도 잇따르고 있다. KTB자산운용의 ‘KTB압축자산배분 전환형 제1호 펀드’는 설정된 지 석 달여 만인 이달 6일 목표수익률 10%에 도달했다. 한화투신운용의 ‘한화그룹 목표배당형펀드’도 출시 넉 달 만인 4일 목표 배당수익률 10%를 달성해 현금 배당을 했다. 삼성자산운용의 ‘삼성 신수종산업 목표전환펀드 2호’도 4일 목표수익률 12%를 이뤘으며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좋은아침 코어셀렉션 1호 펀드’도 3일 10%의 목표수익률을 달성했다.
펀드뿐 아니라 랩 상품에서도 조기상환이 잇따랐다. 랩 상품의 경우 미리 정한 목표수익률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일시 상환되도록 설정돼 있다. 현대증권의 ‘레오 목표수익전환형’ 자문사 랩은 지난해 11월29일 설정된 후 45일 만에 목표수익률 8%를 달성해 조기 상환됐다. SK증권이 지난해 12월 6일 운용을 시작한 ‘SK-AK 스팟형 자문사랩 제1호’도 평균운용수익 9.3%를 올리며 22일 만에 조기 상환됐다.
○ 쏟아져 나오는 목표전환형에 일부 규제도
이같은 목표전환형 상품의 인기에 힘입어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새로 출시된 삼성자산운용의 ‘삼성 프리미어 리더스목표전환 펀드’로는 498억 원, ‘삼성리딩섹터스마트목표전환펀드’로 475억 원이 들어와 운용사 상품으로는 이례적으로 단기간에 1000억 원에 가까운 자금이 유입되기도 했다. 짧은 기간에 목표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최근 나온 목표전환형 펀드는 20∼30개 핵심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들이 주를 이룬다.
목표달성형 랩 상품 역시 경쟁적으로 출시됐다. 최근 한 목표전환형 랩으로는 판매 10분 만에 15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몰려 한도를 1800억 원까지 확대하기도 했다. 특히 조기상환되는 상품이 늘면서 후속 상품 출시가 잇따랐다. 동양종금은 ‘MY W 토러스 목표달성형 1호랩’이 목표수익률을 달성하고 조기상환되자 ‘MY W 토러스 목표달성형 2호 랩’을 내놨다. 한국투자증권도 조기 상환된 상품의 후속으로 ‘한국투자 HR터치 7-3호’를 출시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고객 투자금이 일정 목표수익률에 도달하면 수수료를 받고 환매한 다음 새로운 스폿 랩을 설정해 수수료를 챙길 수 있어 효자 상품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목표전환형 랩 판매를 금지하며 규제에 나섰다. 단기에 목표수익률을 달성하고 바로 해산해 버리기 때문에 대규모 매도물량이 일시에 쏟아져 나와 시장을 흔들어 놓고, 일부 종목으로 쏠림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 대세 상승장에선 추가 수익 포기 가능성 고려해야
목표전환형 상품은 현 지수대에 부담을 느끼거나 향후 추세가 불안한 이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이지만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면 주식 투자를 더는 하지 않기 때문에 코스피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추가 상승에 따른 수익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대세상승장에서는 거치식이나 적립식 펀드에 비해 수익률이 저조한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증권이 2003년 3월 이후 상승장에서 대표적인 목표수익률 전환형 펀드 중 하나인 ‘삼성스마트플랜 펀드’의 운용전략을 토대로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작년 12월까지 이 펀드에 상환 후 재가입하는 조건으로 투자했다면 약 55%의 수익률을 낼 수 있었다. 반면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300% 상승했고, 적립식펀드에 투자했다면 80%의 수익이 났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대세상승장에서는 효용이 떨어지는 반면 2000년 이후 IT버블 붕괴시처럼 시장이 대세하락장이거나 큰 변동성을 보일 경우 활용하면 좋은 성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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