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증권사에서 단기 상품 위주로 팔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자기들은 높은 수수료를 챙겨서 좋겠지만 운용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장기 상품을 훨씬 선호하거든요.”
얼마 전 만난 한 투자자문사 임원이 여러 이야기 끝에 내놓은 하소연이다. 이 자문사는 요즘 자문사 돌풍의 핵으로 떠오르는 곳 중 하나다. 증권사에서는 요즘 펀드에서 빠져나가는 자금을 투자자금으로 묶어두기에 한창이고 그 대표적인 상품이 투자자문사와 연계한 랩어카운트다.
통상 70여 개에 투자하는 펀드와 달리 20여 개로 줄여서 펀드식으로 투자하는 랩어카운트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증권사들은 이런 랩상품 가운데서도 계약기간이 긴 상품이 아닌 3개월 혹은 6개월 만에 목표한 성과에 도달하면 돈을 돌려주는 스폿랩의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본보 기자들이 증권사에 랩 상품 상담을 받으러 갔더니 직원들은 수익률 비교표까지 보여주면서 “주가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짧게 굴리고 다른 곳에 또 투자하는 게 이득”이라며 스폿랩을 강권했다.
증권사들이 스폿랩 판매를 강화한 이유는 수수료 수익이 높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장기랩 상품이 2.5∼3.0%의 연 수수료를 후취로 떼고 성과보수를 따로 떼는 반면 스폿랩은 2.0%의 수수료를 선취로 뗀다. 스폿랩이 3개월 만에 환매됐다면 연 환산 수수료는 6.0%다. 일찍 환매될수록 수수료가 비싼 셈이다.
이런 이유든 저런 이유든 신생 자문사로서 돈이 많이 몰려들면 좋지 않으냐는 질문을 던지자 투자자문사 임원은 이렇게 답했다. “짧은 기간 안에 수익을 내도록 설계가 되면 짧은 시각으로 운용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주가란 단기에는 언제든 출렁일 수 있잖아요. 우리도 최소 3년 이상을 내다보는 자금이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이런 이야기를 나눈 지가 며칠됐다. 마침 최근 금융감독당국에서 스폿랩 상품에 대한 규제책을 들고 나왔다. 증권사 직원이 랩 상품을 팔 때 목표수익률을 제시하는 스폿랩의 투자를 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부작용이 더 생기기 전에 규제를 강화한 것은 일단 반갑다. 하지만 이런 규제가 있다고 한들 투자자들의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실효성이 있을까 하는 의문도 함께 든다. 스폿랩 상품이 폭발적 인기를 누린 이유는 증권사의 마케팅도 있지만 단기에 성과를 얻으려는 투자자의 조급함도 한몫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단기에 대박을 얻기를 꿈꾼다. 하지만 단기간에 대박을 ‘수시로’ 내는 능력은 신의 영역이라고 봐야한다. 신이 아닌 인간이 할 수 있는 단 한 가지는 주식시장의 영원한 진리인 ‘한 나라의 경제가 커나가고 기업이 이익을 내는 한 주식시장은 오른다’는 것을 믿는 일일 것 같다.
펀드가 됐든 랩이 됐든 수단은 다를 수 있지만 한국 경제와 기업의 성장성에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투자자는 수익률이 아닌 기간에 투자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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