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경제]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고대사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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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4일 03시 00분



21일 금융위원회가 금융위 및 금융감독원을 담당하는 기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강연회를 놓고 뒷말이 무성합니다.

김석동 위원장(사진)의 강연 내용이 금융위 업무 내용보다는 한반도 고대사 강의에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저축은행 구조조정 방안, 가계부채 연착륙 방안, 차명계좌 근절 대책, 금융회사 경영지배구조 개선 방안 등의 현안에 대한 금융당국 수장의 철학을 듣기 위해 모인 기자들 중 일부는 김 위원장의 ‘딴소리’에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역사 강의를 방불케 한 김 위원장의 강연을 경청할 가치가 있다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대한민국 경제와 한민족의 DNA’라는 강의 제목부터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가 금융위원장으로 오기 전 농협경제연구소 대표를 맡으면서 역사 공부에 심취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는 기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아∼’라고 탄식했습니다. 기자들에게 역사 공부를 시키려고 작심했다고 봤기 때문이죠.

우선 그는 한국의 경제발전 원동력으로 인력과 기술, 자본, 선택과 집중의 전략, 한국인의 DNA를 꼽았습니다. 그리고는 한국인의 DNA를 기마유목민족과 연결지어 설명했습니다.

그는 “기마유목민족은 척박한 자연 속에서 억척스럽게 살아남은 민족이자 차례로 유라시아를 제패했다”며 “이런 DNA가 잠재된 대한민국의 국민은 한마디로 용감하고 영리하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고조선에 대해선 “한민족은 신화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한 고조선을 통해 동아시아 최초이자 최강의 국가를 건설했다”며 “당시 중국과 고조선은 항상 전쟁과 전투의 관계에 있었고, 고조선이 압도적인 우위에 있던 관계였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경제와 금융에 대한 내용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는 “과거 50년간 우리나라가 해온 대로 비약적 발전을 계속할 경우 2020년 이탈리아를 제치고 10위권에 진입하고, 2032년에는 독일을 넘어 7대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또 “금융을 미래의 핵심 산업으로 키우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작은 디딤돌을 놓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강의가 역사에 초점이 맞춰진 데 대해 금융위의 한 간부는 슬쩍 웃으며 “금융권의 현안이 그만큼 민감하다는 방증 아니겠느냐”고 했습니다. 완성된 금융대책이 나오기 전 섣부른 대책을 흘려 시장의 혼란을 주지 않으려고 딴소리를 한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인 셈입니다. 그동안 경제관료 가운데 최고의 ‘와인 전문가’로 유명한 김 위원장이 ‘고대사 전문가’로 변신한 데 이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궁금합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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