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석유제품 외에 공산품과 가공식품도 가격 조사를 하고 불공정거래 조사도 동시에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가격이 인상되지 않은 품목도 뚜렷한 혐의 없이 직권 조사에 나설 방침이어서 기업의 영업활동을 침해하는 ‘월권(越權)’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본보 19일자 A1면 휘발유 원가 자료 ‘싹쓸이’… 공정위…
24일 공정위에 따르면 이달 초 물가대책을 위해 사무처장 직할로 신설된 ‘가격불안 감시·대응 대책반’은 현재 40여 개 기업을 조사하고 있다. 조사대상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지적에 따라 정부가 조사에 나선 정유회사를 포함해 밀가루와 두유 커피 등 음식류, 김치 단무지를 비롯한 반찬류, 그리고 식자재와 주방용품 같은 생활필수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회사들이다.
공정위는 10일부터 시작된 현장조사에서 이들 기업의 제조 원가(原價)를 분석할 수 있는 자료는 물론이고 하도급 및 납품 계약서, 동종업체 간 거래와 회의 자료 등 내부 자료를 모두 확보했다. 물가 관련 조사 외에도 경쟁제한 행위와 시장지배력 남용, 부당 내부거래 등 영업 전반의 불공정 행위도 조사하는 것이다. 또 공정위는 정부가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상시 감시하는 103개 품목 가운데 현재 조사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 품목으로 조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담합과 같은 불공정 행위 혐의가 드러나면 협력업체나 관련업체로도 조사를 확대할 방침이어서 조사대상은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가격담합과 시장지배력 남용처럼 기능별로 나눠 조사하던 시스템에서 산업별·품목별로 조사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영업행위 전반에 걸쳐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불공정 행위 연관성이 드러나면 어떤 품목이나 업체라도 조사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뚜렷한 혐의나 내부 제보도 확보하지 않고 대대적인 직권 조사에 나서면서 조사권 남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격이 오르지 않은 품목도 가격 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원가 자료와 같은 기업 영업기밀까지 모두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필요한 최소 범위 내에서 조사를 마쳐야 한다’는 공정거래법 조항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