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CEO 새해 구상]“보험 건수보다 기존 고객 서비스 강화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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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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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내겐 꿈이 하나 있다. 훗날 세상을 떠나 아버지를 만나게 될 때 ‘잘했다’는 칭찬을 받는 일이다” 라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내겐 꿈이 하나 있다. 훗날 세상을 떠나 아버지를 만나게 될 때 ‘잘했다’는 칭찬을 받는 일이다” 라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제가 세상을 떠나더라도 교보생명은 계속 존재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주주 최고경영자(CEO)에게는 무한 책임 의식이 있죠. 단순히 보험계약 건수를 늘리기보다 기존 고객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대형 생명보험업계에서 유일한 오너 경영인인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발언은 참 ‘정직하다.’ 적당히 얼버무려도 되는 사안을 친절하게 끝까지 답한다. 목소리의 톤도 크게 바뀌지 않는다. 나지막하게, 그리고 천천히 이야기한다. ‘고객’이라는 단어가 유독 많이 등장한다.

24일 서울 종로구 종로1가 교보생명 사옥 회장 접견실에서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랬다. 한 시간여 인터뷰에서 고객이란 단어를 40번 넘게 사용했다. 한국 보험 산업의 과제, 교보생명의 실적 비결 등 다른 질문에서도 어김없이 고객을 이야기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 교보생명의 실적이 좋았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로 망하다시피 한 회사를 살리기 위해 경영혁신을 지속했습니다. 그 결과 임직원들이 고객 중심적 사고를 하게 됐죠. 아직도 여러 생보업체가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게 성장이라고 ‘착각’하지만 고객에게 가장 잘하는 게 수익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확신합니다. 리스크관리 능력도 큰 몫을 했습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문제가 되지만 교보생명의 PF 부실 대출은 한 건도 없습니다.” 교보생명은 2008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에 2916억 원의 순이익을 올려 생보업계 1위, 2009회계연도는 5252억 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2010회계연도에도 실적이 고공 행진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생보시장은 포화 상태라고 합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은 무엇인가요.

“쇠퇴하는 회사는 있어도 쇠퇴하는 산업은 없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고객들이 앞으로 더 잘살 것이라고 봅니다. 국부(國富)가 커지면 1인당 국민소득도 늘어납니다. 추가로 보험에 가입할 여지가 늘게 되죠. 아직 가입자 수가 그렇게 많지 않은 종신보험, 연금보험, 퇴직연금 등도 새로운 성장의 원천이 될 겁니다.”

―올해 경영의 주안점은 무엇인가요.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겁니다. 새로 보험계약을 맺은 뒤 장기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유지 서비스를 강화할 생각입니다. 우수한 보험설계사는 기존에 가입한 고객을 열심히 만나면서 추가 계약을 이끌어 냅니다. 그러나 경험이 일천한 신입 보험설계사들은 신규 계약만 탐을 내다가 기존 고객까지 잃어버립니다.” 보험계약을 맺은 뒤 1년 이상 유지된 계약의 비율인 ‘13회차 보험계약 유지율’은 생보업계에서 고객 만족도를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지표다. 교보생명은 현재 80% 전후인 이 비율을 85∼90% 단계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교보생명의 인수합병(M&A) 전략, 증시 상장 시기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지금까진 자생적 성장만 추구했지만 M&A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습니다. 좋은 매물이 있으면 언제든 생각해볼 수 있죠. 상장의 경우 나중에 정말 큰 투자를 할 계획이 있으면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습니다.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의사 가운을 벗고 교보생명에 들어온 지 15년째입니다. 오너 경영인으로서 소회가 있다면….

“15년 회사 생활 하면서 저도 고생했지만 임직원도 고통스러운 과정을 견뎠습니다. 선친(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자)이 물려준 회사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괴테의 소설 ‘파우스트’ 이야기처럼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아야 할 만큼 절박한 심정이었죠. 사람들은 제가 타는 자동차의 배기량과 재산이 얼마인지에만 관심이 있지 회사를 살리기 위해 희생한 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저는 가정생활 등 개인의 안락한 생활을 모두 내던져야 했습니다.”

―비영리 공익재단을 만들어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가진 걸로 알고 있습니다.

“곧 (일본의 사설 교육기관이면서 인재의 요람으로 평가받는) 마쓰시타정경숙(松下政經塾)을 둘러볼 계획입니다. 저는 ‘정숙(政塾)’이 아닌 ‘경숙(經塾)’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미래의 경제 리더를 키우는 데 힘을 보태고 싶어요.”

인터뷰=임규진 경제부장

정리=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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