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탄소섬유 생산업체인 일본의 도레이가 탄소섬유 공장을 한국에 짓겠다고 밝혔습니다. 도레이는 왜 하필 한국을 선택했을까요.
도레이는 중국 대신 한국을 선택한 데 대해 17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인건비가 싸고 시장이 더 크긴 하다”면서도 “탄소섬유는 전력이 많이 필요한데 한국의 전기요금은 일본의 절반, 중국보다 30∼40% 싸다”고 밝혔습니다.
탄소섬유 같은 부품소재나 화학제품 공장은 ‘온-오프’가 가능한 조립 라인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24시간 풀가동 체제가 대부분이어서 많은 전기를 소모합니다. 고품질의 전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지역을 찾기 마련이지요.
한국전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산업용전력 가격은 kWh당 0.058달러(약 76.6원)로 일본(0.158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미국(0.068달러), 프랑스(0.107달러), 영국(0.135달러), 이탈리아(0.276달러) 등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도 쌉니다.
이에 따라 도레이 외에 일본의 다른 업체들도 잇따라 한국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아사히글라스는 지난해 12월 구미국가산업4단지에 있는 아사히글라스공장에 1억3000만 달러를 추가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자동차부품업체인 쓰바키모토오토모티브도 2014년까지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에 총 2200만 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지을 계획입니다. 세계 2위의 아크릴계 수지원료 생산기업인 아사히카세히도 한국 공장에 2700억 원을 투자해 생산규모를 지금보다 80% 늘리기로 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5일 보도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최근 10년간 거의 오르지 않았습니다. 부품소재나 화학 분야처럼 한번 지어놓으면 쉽게 발을 뺄 수 없는 장치산업이라면 매력적일 수밖에 없겠죠.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는 싼 전기료는 에너지 낭비를 부추겨 올겨울 최악의 전력난을 불렀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하지만 외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유인책이 되는 것도 분명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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