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구순(九旬)인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은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장수 경영인이다. 계열사 74개를 거느린 재계 5위(지난해 국내외 매출 61조 원)의 그룹 총수다.
한때 나돌던 건강 악화설을 일축하고 정정하게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경영활동을 하는 신 회장이 3월 국내 최초의 호텔 박물관을 연다.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서울 1층 옛 위스키 바 ‘윈저’ 자리(83m²·25평)에 들어서는 ‘롯데호텔 박물관’이다.
롯데그룹이 2년여를 준비해 온 이 박물관은 롯데호텔의 역사를 비롯해 국내 관광산업 발전사를 총망라해 보여줄 계획이다. 국내 호텔들의 역사 자료와 사진이 전시된다. 롯데그룹 내에서는 이 박물관 설립을 신 회장의 업적 정리 작업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박물관에 ‘롯데’ 브랜드 명칭의 유래, 신 회장이 살아온 길 등을 보여주는 ‘역사 존(Zone)’이 구성되고, 신 회장의 흉상도 세워지기 때문이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당초 신 회장 형상을 밀랍인형으로 만들려고 했으나 실존 인물이라 흉상 설치로 계획을 바꿨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경기 오산시에 있는 그룹 연수원인 롯데인재개발원에서 신 회장의 업적을 내용으로 하는 커리큘럼도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롯데호텔의 전신은 1936년 국내 최초의 상업호텔인 반도호텔이다. 일본인 사업가가 지었던 이 호텔은 1962년 국제관광공사(현 한국관광공사)가 인수했다가 정부의 민영화 작업으로 1973년 롯데의 품에 안겼다. 일본에선 생활잡화 사업, 국내에선 제과사업을 하느라 당시 호텔 경영 경험이 전혀 없던 신 회장이 이 호텔을 떠안은 건 산업 불모지에 기업을 일으켜 나라를 세운다는 그의 ‘기업보국’ 경영철학 때문이었다고 그룹 측은 설명했다. 8층이었던 옛 반도호텔은 1979년 37층 높이의 현 롯데호텔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롯데호텔에 대한 신 회장의 관심과 애정은 지극하다. 호텔 설립 때부터 운영되다가 지난해 12월 문을 닫은 롯데호텔서울 지하 1층의 펍 ‘보비 런던’의 집기는 신 회장이 직접 영국에서 들여온 것이었다. 그는 홀수 달에 롯데호텔서울 34층에 머물 때면 직원들이 다니는 동선으로 호텔을 구석구석 점검한다고 한다.
신 회장이 롯데호텔박물관 개관과 함께 잠실의 제2 롯데월드(2015년 준공), 베트남 롯데센터하노이 건립(2013년 목표) 등으로 분주한 가운데 2, 3세의 행보도 주목 받고 있다. 외손녀이자 신영자 롯데백화점 사장의 딸인 장선윤 씨(40)는 2007∼2008년 롯데호텔 마케팅 부문장(상무)으로 일한 뒤 지난해 12월 과자·빵류 제조, 와인 수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블리스’(롯데그룹의 74번째 계열사)라는 회사를 차렸다. 롯데백화점은 지하 식품 코너에 ‘블리스’ 제빵 매장을 입점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3월 롯데호텔서울 지하(3300m²·1000평)에 쇼핑 아케이드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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