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구글과 ‘키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8일 03시 00분


삼성 갤럭시탭에서도 소니 게임 가능해진다

“이제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서 소니의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27일 일본 도쿄 파크타워프린스호텔. 전 세계에서 1200여 명의 기자가 모인 가운데 히라이 가즈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 최고경영자(CEO)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소니의 비디오 콘솔게임인 플레이스테이션은 거실 엔터테인먼트의 중심 자리를 차지했고, 플레이스테이션포터블(PSP)은 휴대용 게임의 혁신을 가져왔다”며 “이제 소니의 기기를 넘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삼성전자의 태블릿PC 갤럭시탭에서도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즐기는 것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소니가 자사가 보유한 콘텐츠를 외부 기기에 개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니가 콘텐츠와 전자기기를 직접 개발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 그동안의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니가 세계적인 마니아를 거느린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콘텐츠를 안드로이드 모바일 기기에 전폭 제공하면서 애플에 대항하고 있는 구글 진영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 앞서 발표했던 소니의 음악, 영화를 즐길 수 있는 플랫폼 ‘큐리오시티’와 더불어 소니의 무게중심이 소프트웨어 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표의 핵심은 소니그룹이 자사의 음악과 영화 콘텐츠에 이어 게임 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는 데 있다. 소니에서 게임을 맡고 있는 SCE는 안드로이드 모바일 기기에 콘텐츠를 오픈한다는 전략을 ‘플레이스테이션 스위트’라고 부르기로 했다. 히라이 사장은 이날 “더 많은 사용자와 만나고 싶기 때문에 성장세가 빠른 안드로이드를 택했다”고 말했다.

SCE는 앞으로 삼성, LG 같은 안드로이드 모바일 기기 제조회사들과 협력해 ‘플레이스테이션 서티파이드(PlayStation○R(등록기호)Certified)’ 라이선스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사용자들이 게임을 효과적인 환경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사용자들이 게임을 자유롭게 내려 받을 수 있는 장터인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도 올해 안에 새로 문을 열 예정이다. 플레이스테이션 비디오 콘솔에서 인기를 얻은 게임들이 이 장터에 올라오게 된다. 히라이 사장은 “예전에는 하드웨어, 즉 기기 맞춤형 게임을 개발했지만 이제 ‘하드웨어 중립적 게임’을 만들도록 다양한 개발자들과 협력을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SCE 관계자는 “전 세계 플레이스테이션 사용자는 6900만 명이고, 이들이 사들인 기기만도 3억 대”라며 “마니아층이 두꺼운 게임 콘텐츠가 안드로이드로 가게 됨으로써 구글 진영은 큰 힘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소니는 영화와 음악 콘텐츠를 다양한 기기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 플랫폼 큐리오시티를 선보인 바 있다. 소니픽처스의 영화와 소니엔터테인먼트의 음악이 모두 들어 있다. 특히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뮤직 언리미티드 바이 큐리오시티’는 지난해 12월 영국과 아일랜드에 이어 새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에서도 선보였다. 미국에서도 곧 내놓을 예정이다. 소니는 현재까지 600만 곡의 음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디지털 음원 시장을 장악한 애플의 ‘아이튠스’와의 정면 대결로 주목을 끌었다.

특히 소니의 큐리오시티 서비스는 구글과 손잡고 만든 안드로이드 기반의 구글TV뿐 아니라 안드로이드 기반 모바일 기기로 확장될 것으로 전망돼 애플과의 대결 구도는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소니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콘텐츠 유통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하면서 국내 업체들과의 제휴도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LG, 팬택계열 등 국내 제조사들은 모두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 태블릿PC를 만들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플랫폼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전자 기기에서는 경쟁자였다가, 콘텐츠 협력에서는 친구가 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도쿄=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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