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지희 씨(32·회사원)는 장을 볼 때 100g당 가격까지 꼼꼼히 비교해보고 선택하는 알뜰 주부다. 하지만 샴푸와 보디 제품을 고를 때만은 자신을 위한 ‘작은 사치’를 즐긴다.
저렴한 대용량 샴푸나 ‘1+1’ 행사 제품 대신 유기농, 천연 원료, 향기와 기능성, 용기 디자인 등을 살펴본 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거리낌 없이 집어 든다. 안 씨처럼 가격 부담이 적은 품목에서 만족을 극대화하는 ‘스몰 럭셔리’족 덕분에 ‘프리미엄 헤드-투-토’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프리미엄 헤드-투-토 시장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름답게 가꾸기 위한 스킨케어, 보디케어, 헤어케어 제품을 말한다. 프리미엄 헤드-투-토 시장은 최근 수년간 연평균 약 30%씩 성장해 현재 연간 5000억 원 규모(TNS 소비자 패널 조사 기준)가 됐다.
뷰티 브랜드들도 예전에는 스킨케어 부문에 주력했지만 이제는 경쟁적으로 프리미엄 보디케어, 헤어케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놓칠 수 없는 시장이 된 것이다. 이계춘 LG생활건강 ‘비욘드’ 브랜드 매니저는 “소비자들의 취향이 날로 고급화되고 ‘나’를 위한 가치소비 경향이 강해지면서 헤어 및 보디케어를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제품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샴푸는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소비자의 관여도가 낮은 제품이었지만 지금은 탈모방지, 두피케어 등 고급 기능성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고기능성 샴푸 및 린스의 시장규모는 2007년 122억 원에 불과했으나 2008년 약 303억 원, 2009년 500억 원, 2010년 1300억 원으로 커졌다.
GS샵이 고기능성 샴푸의 구매 고객을 분석한 결과 30, 40대가 약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GS샵 관계자는 “피부 관리에 정성을 쏟듯 두피와 모발까지 세심하게 관리하려는 중장년층이 고급 샴푸의 소비를 주도했다”고 말했다. 일본 브랜드인 시세이도는 지난해 11월 국내에 프리미엄 헤어케어 브랜드 ‘츠바키’를 선보였고 시판 두 달 만에 10만 개를 팔았다.
프리미엄 보디제품 브랜드들은 앞다퉈 프랑스 에코서트의 유기농 인증을 받는 등 친환경, 자연주의 콘셉트를 강조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해피바스’ 관계자는 “한층 높아진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천연 유래 성분을 함유한 제품을 전 라인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발을 가꾸기 위한 풋케어 제품도 늘어났다. 과거엔 수입 브랜드의 크림이나 발 냄새 제거 스프레이가 고작이었지만 요즘은 족욕에 쓰는 제품을 비롯해 각질 제거 스크럽, 부기 제거용 젤, 청량감을 주는 미스트 등 다양한 제품을 접할 수 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스몰 럭셔리::
가격 부담이 덜한 기호품과 사치품으로 만족을 극대화하는 소비 행태나 그런 제품. 패션 잡화 등의 기존 럭셔리가 돈이 많이 드는 데 비해 그보다 주머니 부담이 작은 헤어, 보디, 발 관리 제품 등으로 자신을 소중하게 가꾸는 일이 많아지면서 등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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