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선두그룹의 뒤를 쫓기에 바빴다. 2000년대 들어 현대자동차가 속도를 내기 시작했지만 아직 상위권이라 말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많았다.
지난해 신형 ’쏘나타’ 등을 앞세워 세계 무대에서 선전한 현대차는 올 초 ‘글로벌 빅4’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양승석 현대차 사장은 지난달 13일 ‘신형 그랜저’ 발표회에서 “2∼3년 안에 세계 자동차 시장 ‘4강’ 체제에 진입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도요타와 폴크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로 이뤄진 ‘빅3’에 현대차를 더하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3강 2중’의 일원이 아닌 ‘4강’이 되는 것은 질적으로 다른 도전이다.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특히 전문가들은 현대차만의 개성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렉서스 브랜드를 갖고 있는 도요타, 아우디나 포르셰 등을 거느린 폴크스바겐, 캐딜락의 GM과 달리 현대차는 프리미엄 브랜드는 물론이고 새 브랜드 출시 계획도 없다. 아직 저가(低價) 이미지를 완전히 벗지 못한 채 현대차라는 이름으로 양산 차부터 럭셔리 세단까지 공략해야 하는 셈이다. 현영석 한남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제는 단순히 품질로만 승부해선 안 된다”며 “디자인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해 스마트한 자동차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등 개성 있는 스타일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특유의 속도 경영도 ‘양날의 칼’이다. 강력한 리더십에서 나오는 집행력과 이를 바탕으로 한 스피드 경영이 현대차의 위상을 높이는 데 한몫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빅 플레이어가 될수록 오너를 정점으로 한 체제는 복잡한 환경변화를 따라잡지 못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지수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오너의 결단과 전략적 방향설정이 지금까지의 성장을 이끌었지만 앞으로 1인 체제로는 통제가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연구개발(R&D)을 통해 지속적으로 품질을 관리하고 친환경 차량 등 미래 기술을 선점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글로벌 빅4’ 진입은 이 회사는 물론이고 우리 국익(國益)에도 큰 도움이 된다. 현대차가 지난해 거둔 사상 최대 실적에 안주하지 말고 ‘쓴소리’에 귀를 기울여 한 차원 높은 무대에서 글로벌 자동차회사들과 경쟁하고, 우리 경제에 더욱 많은 공헌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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