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나, 떨고 있니” 초긴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0일 03시 00분


김동수 공정위원장 “백화점-대형마트 판매수수료 2분기중 공개”

김동수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9일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9개 대형유통업체 최고경영자(CEO)와 가진 간담회에서 본격적인 ‘상생의 칼날’을 뽑아들면서 유통업계가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이날 간담회는 김 위원장이 9일부터 3일 동안 진행하는 대기업 CEO들과의 릴레이 간담회의 첫날 일정이다. 공정위원장이 대기업 사장단을 3일 연속 대면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어서 간담회 전부터 공정위가 대기업들을 상대로 ‘상생 군기잡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예상대로 공정위는 강력한 규제안들을 들고 나왔다. 백화점 납품업체들의 가장 큰 불만 사항이었던 판매수수료를 2분기 내에 공개하는 것을 비롯해 ‘대규모소매업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모두 발언을 통해 △‘대규모소매업 거래의 공정화 법률’ 제정 추진 △2분기 중 백화점, 대형마트 등의 판매수수료 공개 및 정례화 △납품업체 해외진출 지원 평가 등을 발표했다. 당부와 요청 형식이었지만 “유통업계 현장에서 부당반품이나 판촉비용 전가 등에 대한 중소 납품업체의 불만이 있다”고 지적하는 김 위원장의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참석한 CEO들은 굳게 입을 다문 채 김 위원장의 발언 내용을 수첩에 옮겨 적는 등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공정위가 제정하겠다고 밝힌 ‘대규모소매업 거래의 공정화 법률’에는 대형 유통사가 반품 등이 필요한 이유를 입증할 책임을 지우는 ‘입증책임 전환’을 비롯해 구두계약 내용을 납품업체가 대형 유통사에 서면 요청했을 때 15일 내에 회신하지 않으면 계약이 성립됐다고 보는 ‘계약 추정제’ 등 대형유통업체 입장에서 민감한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이 법에는 납품 업체에 상품대금을 40일 이내에 지급하도록 기한을 명시하는 내용도 포함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CEO들은 업계의 건의사항 형식으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법률을 만들어 대형유통업체를 규제하겠다고 나선 데 대해 CEO들은 “법을 새로 만들기보다는 대·중소기업 간 자율적 상생모델 구축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판매 수수료 공개 방침에 대해서도 CEO들은 “수수료 공개는 제조업체에 원가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는 민감한 사안이므로 무조건적 공개보다는 속도 조절과 접근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간담회에는 이철우 롯데쇼핑 사장, 하병호 현대백화점 사장, 박건현 신세계백화점 대표, 황용기 한화갤러리아 사장, 서광준 AK플라자 사장, 최병렬 이마트 대표,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 이강을 하나로마트 유통총괄 상무 등 9개 대형 유통업체 대표가 참석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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