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10일 실시한 정기 임원인사는 ‘신동빈 회장 체제’의 출범, 글로벌 경영 본격화라는 두 가지 특징으로 요약된다.
이번 인사에서는 이인원 정책본부 사장이 그룹 내에서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 최초로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등 사상 최대 규모인 총 172명이 승진했다. 정책본부의 주요 업무를 담당하던 임원 3명(채정병 황각규 이재혁)이 나란히 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총 7명이 사장으로 승진했으며 신임 임원도 역대 최다인 75명에 이른다.
최대 규모의 인사를 낸 것은 그룹 매출이 지난해 약 61조 원으로 전년 대비 30% 성장하는 등 재계 5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최고의 실적을 낸 것과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기업 외형이 커진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에선 신 회장이 이끌던 정책본부의 핵심 역할을 맡아온 ‘신동빈의 사람들’이 대거 승진했다. 이인원 부회장은 2007년 정책본부 부본부장을 맡은 후 신 회장을 보좌해 롯데그룹의 핵심사업을 관장하며 그룹 경영 체질을 강화한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아울러 그룹의 재무와 법무를 총괄하는 채정병 롯데정책본부 지원실장과 해외진출 및 기업 M&A를 책임지는 황각규 국제실장이 나란히 사장으로 승진했다. 계열사 경영과 사업전략 수립을 총괄해온 이재혁 정책본부 운영실장도 사장으로 승진하며 롯데칠성음료·롯데주류BG·롯데아사히주류의 겸직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특히 최근 수년간 그룹의 공격적인 국내외 M&A를 이끌며 신 회장의 ‘오른팔’로 알려진 황각규 사장은 이번 인사로 앞으로도 롯데그룹의 ‘글로벌 경영’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2009년 신 회장이 ‘2018 아시아 톱10 글로벌 그룹’이라는 비전을 선언하며 2018년까지 매출 200조 원을 올려 아시아 10대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뒤 국내외를 넘나들며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M&A 시장의 큰손으로 올라섰다.
또한 허수영 케이피케미칼 사장은 지난해 영국 PTA·PET 생산설비 및 파키스탄 PTA 생산회사를 인수하며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 점이 인정받았다. 신헌 롯데홈쇼핑 사장은 두 자릿수 이상의 매출 성장세와 중국 홈쇼핑 업체를 성공적으로 인수한 것이 평가받았다. 고바야시 마사모토 롯데캐피탈 사장은 경영실적을 큰 폭으로 향상시켰고, 김용택 롯데중앙연구소장은 식품부문의 경쟁력을 높여 글로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점이 인정됐다.
관심을 모았던 이철우 롯데쇼핑 대표,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 소진세 롯데슈퍼 대표 등 유통 최고경영자(CEO) 3인방과 정범식 호남석유화학 대표 등 주요 계열사 경영진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공로를 인정받아 유임됐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서는 상무, 이사 등 실무 임원들 중 기존 승진연차보다 1년 이상 빠른 특진이 여러 명 나왔다”며 “신 회장 체제에 맞춰 보다 젊게 구성된 임원진은 더욱 민첩하게 ‘2018년 아시아 톱10’이라는 비전을 향해 그룹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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