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가계부채]베이비붐세대 vs 젊은세대 재무구조 비교해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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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세이상 부동산이 70%… ‘하우스 푸어’ 전락도
35세미만 “집에 다걸기 그만” 주식-펀드 재테크

직장인 강모 씨(33)는 장기전세주택(시프트)에 관심이 많다. 지난해 초 결혼한 뒤 번번이 실패했지만 기회가 생길 때마다 청약을 하고 있다. 그는 “빌려 사는 것이지만 쫓겨날 걱정이 없기 때문에 내 집이나 마찬가지”라며 “집은 ‘사는 곳’이지 ‘투자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 씨는 월급의 절반 이상을 적립식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하고 있다.

젊은 가장의 재무구조는 이제 ‘부동산의 굴레’에 얽매이지 않고 있다. 이는 동아일보와 현대경제연구원의 이번 공동 분석에서도 나타난다. 2006∼2010년 기간 중 30세 미만 연령층의 재산은 2189만 원, 30대는 1250만 원이 각각 순증했다. 반면 40대, 50대, 60대 이상은 각각 2400만 원 이상 감소했다. 결정적 원인은 부동산이었다. 부동산 보유 비율이 낮은 30대 이하 연령층의 경우 전세보증금을 제외한 나머지 자산을 금융 투자에 활용했다. 반면 부동산 보유 비율이 높은 40대 후반부터 50대인 베이비붐 세대는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가치 하락이라는 쓴맛을 봤다. 전세금이 올랐지만 임대보증금은 임대기간이 끝나면 내줘야 하는 부채인 데다 초저금리 탓에 보증금을 이용한 투자수익이 신통치 않았던 것도 재산 감소의 원인이 됐다.

젊은 연령층과 중고령 연령층의 투자 성향은 금융투자협회가 최근 전국 6대 도시에 거주하는 100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도 엿볼 수 있다. 35세 미만은 금융자산과 부동산의 비율이 약 6 대 4로 금융자산이 더 많지만 연령이 높을수록 부동산 비중이 높아져 55세 이상은 부동산 자산이 전체의 약 70%에 이른다. 양해근 우리투자증권 자산컨설팅부 차장은 “젊은 세대는 무조건 집부터 마련해야 된다는 생각을 안 한다”며 “대학생 때부터 금융상품 수익률을 비교해가며 재테크를 시작하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집값이 너무 오른 점도 30대의 부동산 탈피 현상을 부추긴다. 예전에는 결혼할 때 집 한 채 마련해 가는 게 신랑의 미덕이었지만 요즘은 전세금을 충당하기도 어렵다. 부모 세대가 겪은 ‘하우스 푸어(House Poor)’ 현상도 젊은층에 학습효과를 주고 있다. 하우스 푸어는 금융 저축이 거의 없는 대신 과도한 대출로 고통을 받는 주택 소유자를 뜻한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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