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일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다음 달에는 ‘금리 인상 행진’을 재개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금통위는 이날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행 연 2.7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에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지만 2개월 연속 올릴 경우 가계와 기업의 대출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나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중수 한은 총재(사진)는 기준금리 동결 배경과 관련해 “국내 경기는 수출과 내수가 다 같이 늘어나 상승세를 이어가겠지만 구제역과 이집트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등이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요인은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강화돼 충분히 상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총재는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금융통화위원 만장일치가 아니었다”고 밝혀 금통위 내부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놓고 상당한 격론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이어 “앞으로 경기 상승에 따른 수요 압력 증대와 국제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물가가 당분간 4% 내외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며 물가 급등에 따른 우려감을 나타냈다.
금통위도 2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높은 인플레 기대심리가 유지되고 물가상승 압력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인플레 기대심리가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한 것보다 물가 불안 확산에 대한 우려를 더 강하게 드러낸 것이다. 이에 따라 3월에는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김 총재는 기준금리 정상화와 관련해 “헛발을 디딜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 속도가 느리다고 판단하지 않을 정도로는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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