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이맘때였다. 한국의 위상은 초라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해마다 2월 초에 열리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애플과 구글만 있고 나머지는 없는 듯 보였다. 지난해 LG전자는 부스 운영조차 포기했다. 삼성전자는 자체 운영체제(OS) ‘바다’를 발표했지만 이슈메이커가 되기엔 부족했다. 스마트폰 시대를 준비하지 못한 한국 기업에 비판이 쏟아졌다.
올해는 다르다. 14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MWC에 참여하는 한국 기업들은 자신감이 넘쳤다. 세계적으로 ‘갤럭시S’를 1000만 대 이상 판매한 삼성전자는 더 얇고 화면은 더 선명해진 신형 스마트폰과 새로운 태블릿PC를 들고 역대 최대인 570m² 규모의 전시관을 설치했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전면전’을 선언하며 360m² 규모의 부스를 마련했다. ○ 스마트폰 기기 차별화 시작
12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국제공항에 내리자 ‘뭔가 큰 것이 온다(Something Big is Coming)’는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 후속모델(갤럭시SⅡ) 광고였다. ‘뭔가 큰 것(Something Big)’은 화면 크기를 뜻했다. 갤럭시SⅡ는 4.3인치의 ‘슈퍼아몰레드 플러스’ 디스플레이를 사용해 4인치 크기의 갤럭시S보다 화면이 14% 커지면서 더 선명하게 e북을 볼 수 있었다. 두께는 1.4mm 줄어든 8.4mm로 얇아졌다.
최신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인 ‘진저브레드’ 버전과 1기가헤르츠(GHz) 듀얼코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사용해 3차원(3D) 게임, 고화질 동영상도 부드럽게 작동시킨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13일 “갤럭시S의 명성을 이어가며 차세대 스마트폰의 표준을 제시하는 제품이 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아이패드만큼 커진 ‘갤럭시탭 10.1’도 이 행사에서 함께 선보인다. 구글이 태블릿PC용 OS로 개발한 안드로이드 ‘허니콤’ 버전을 사용했다.
지난해 부스 운영조차 하지 못했던 LG전자는 올해 첨단 3D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들고 돌아왔다. 지난해 말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장으로 선임된 박종석 부사장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LG전자의 옵티머스 3D는 두 개의 렌즈(듀얼렌즈)로 3D 동영상을 촬영한 뒤 안경 없이 3D로 이를 감상할 수 있다. 무게가 109g에 불과한 옵티머스 블랙도 주목을 받고 있다. ○ 치열한 ‘생태계’ 경쟁
14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올해 MWC에서 가장 많이 들릴 말은 ‘생태계’와 ‘협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PC시장에서 윈도 OS, 인터넷 익스플로러, MS오피스로 이어지는 시장을 장악한 마이크로소프트(MS)처럼 모바일 생태계의 중심이 되기 위해 각 업체가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4일 기조연설에 나설 스티브 발머 MS 최고경영자(CEO)의 언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존 시장의 강자지만 스마트폰이 만든 새로운 판에선 자존심을 구기고 있는 MS는 최근 노키아와 손을 잡았다. MS 출신의 스티븐 일롭 사장이 노키아로 자리를 옮긴 뒤 MS의 스마트폰 OS인 ‘윈도폰7’을 채택하면서 MS에 원군이 생긴 셈이다.
국내 업체들도 자사가 중심이 되는 다양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MWC에서 자체 OS인 바다 2.0을 공개한다. 바다 개발자들을 초청해 콘퍼런스도 열 계획이다. SK텔레콤은 국내 통신사들이 만든 한국형 앱스토어(K-WAC)의 웹 플랫폼 ‘콘파나’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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