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경제]육류소비 느는데 왜 식량위기 생기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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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450g 얻으려면 곡물사료 3kg 먹여야

“세계 곡물가격을 상승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중국과 인도의 육류소비 증가다. 소득수준이 향상된 신흥국에서 육식선호 현상이 나타나면서 국제 곡물가가 크게 뛰고 있다.”

요즘 세계적으로 기상이변이 속출하면서 옥수수, 밀, 콩 등 국제 곡물가가 최대 두 배 가까이 크게 뛰고 있습니다. 이들 곡물을 거의 100% 수입으로 충당해온 우리나라에서도 ‘식량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죠. 이에 최근 농림수산식품부는 ‘세계곡물동향’ 자료를 내고 식량위기의 원인과 전망을 분석했는데요, 바로 이 보고서가 꼽은 원인 중에 ‘중국과 인도의 육류소비 증가’가 들어있는 게 눈에 띕니다.

신흥국에서 ‘육류’ 소비가 느는데 왜 세계에 ‘곡물’ 수급 위기가 온다는 걸까요. 언뜻 보면 의아한 얘기지만 현대의 육류 생산구조를 잘 들여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요즘 세계육류 시장에서 거래되는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의 대부분은 ‘기업형 농장’에서 ‘사료’를 먹여 키운 것입니다. 예전처럼 언덕에 난 풀을 뜯어먹고 자란 소들이 아니라는 얘기죠. 이들에게 공급되는 사료의 주 원료는 옥수수인데, 바로 요즘 값이 제일 많이 뛰어 세계적으로 수급 불안을 겪는 그 곡물입니다.

이 소들이 먹어치우는 사료의 양은 엄청납니다. 농·축산업계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쇠고기 450g을 얻으려면 소에게 3kg의 사료를 먹여야 합니다. 실제 찌는 살보다 7배 많은 양의 곡물을 먹여야 원하는 만큼의 고기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죠. 몇만 마리의 소가 사육되는 미국의 대규모 농장 같은 곳에서는 5분에 1t꼴로 사료가 없어진다고 하네요.

이런 상황에서 주로 채식을 하던 중국, 인도의 수억 명이 쇠고기, 돼지고기를 찾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사료용 곡물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육류 생산이 늘어날수록 곡물이 더욱 부족해지는 ‘곡물 경제의 아이러니’는 심화될 수밖에 없겠죠.

실제 중국의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1인당 육류소비는 2001년 49.2kg에서 지난해 59.9kg으로 10년 만에 10kg 이상 늘었다고 합니다. 당신은 어떠신가요. 만약 고기를 좋아하신다면 오늘부터 채식을 늘려보면 어떨지요. 당신의 채식이 세계의 식량위기를 조금 완화할지도 모릅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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