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자들은]랩 ‘묻지마식’ 투자 금물… ‘펀드 실패’ 악몽 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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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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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투자시장은 많은 투자자들에게 기쁨을 안겨줬다. 증시 활황에 힘입어 주식형펀드는 20%가 넘는 수익을 거뒀고 채권형펀드도 저금리와 외국인의 매머드급 채권 매수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해외 투자시장도 세계 경기회복에 발맞춰 중국을 빼고 대체로 좋은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 평균에도 못 미치는 수익을 거두거나 심지어 손실을 본 투자자들도 있다. 세후 3%대 정기예금에 돈을 넣은 사람들, 중소형주에 투자한 사람들, 중국 시장에 투자한 사람들이다. 예금을 선택한 사람은 단순히 위험을 회피하려고만 했기 때문에 심리적인 위로는 얻었지만 상대적으로 너무 적은 수익을 거뒀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마이너스 수익을 볼 수밖에 없었다. 중소형주에 투자한 사람들은 대형주 강세 속에 코스피가 2,000 고지를 넘는 동안 마이너스 수익을 거두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 가격이 싸고 변동성이 큰 중소형주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거두려고 한 욕심 때문에 시장 흐름과 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중국에 투자한 사람들은 단순히 중국 경제의 놀라운 성장을 이유로 투자했지만 중국 정부의 속도 조절이라는 변수를 깨닫지 못했다.

투자에서는 흐름 또는 맥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시장을 이끄는 주체가 누구인지, 어떤 변수가 있는지 깨닫지 못하고 단편적인 면만 바라보고 투자하거나 흐름과 동떨어진 투자를 한다면 부자로 가는 길과는 멀어지고 만다.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져온 투자 흐름의 중심에 ‘랩’이라는 상품이 있다. 지난해 불기 시작한 랩 열풍이 올 들어 더욱 거세지면서 금융감독 당국은 목표한 성과에 도달하면 돈을 돌려주는 ‘스폿 랩’ 상품에 대한 규제책을 내놓기까지 했다.

랩 열풍을 보면 4년 전 거세게 불었던 펀드 열풍이 떠오른다. 2007년 국내 증시 역사상 처음으로 코스피 2,000을 이끌었던 주역은 주식형펀드였다. 하지만 곧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철퇴를 맞으며 투자자들에게 쓰라린 아픔을 가져다줬다. 지난해 코스피를 다시 2,000 고지로 이끈 것은 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랩도 펀드처럼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하지 않을까.

최근 랩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고 자산가들의 투자 행태도 나뉘고 있다. 초기에 들어간 투자자들은 이제 환매시기를 저울질하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초기보다 상대적으로 금액은 적고 투자자 수는 많다. 4년 전 펀드 열풍 후반기에 나타났던 ‘묻지 마’ 투자 행태도 보이고 있다.

랩이나 펀드가 수익을 거두기 위해서는 특별한 재주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기초가 되는 주식시장이 상승해야만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다. 랩이 펀드보다 뛰어나거나 반대로 펀드가 랩보다 뛰어난 것도 아니다. 과거 펀드 열풍이 증시 급락으로 인해 큰 손해로 돌아왔듯이 랩에 뒤늦게 뛰어든 투자자들도 시장이 하락할 때 손해에서 비켜갈 수 없다는 뜻이다.

랩은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다. 시장이 상승해야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필자가 3년 전 펀드에 대해 똑같이 조언했듯이 말이다.

정복기 한국씨티은행 PB사업그룹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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