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저가 화장품’ 붐이 일었다. 듣도 보도 못했던 희귀한 재료를 써가며 가격을 높인 기존 화장품과 선명히 대비돼 큰 인기를 끌었다. 프리미엄 전쟁이 어느 정도 치열해지면 중저가 시장도 덩달아 성장한다. 일반인들도 프리미엄 전쟁 소리를 들으면 관심을 갖고, 비슷한 걸 가지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14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이동통신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1에서도 이 같은 트렌드가 보였다. 바로 중저가 스마트폰과 태블릿PC다. 출고가 100달러대 스마트폰에 300달러대 태블릿PC까지 나와 화제가 됐다. 스마트 기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신흥국에서도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제조사들은 발 빠르게 자국 시장과 동남아 등 신흥시장을 노리고 있고, 기존 보급형 스마트폰의 강자 노키아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성장 모멘텀을 노리고 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삼성전자 등 국내 회사들도 중저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 아이폰·갤럭시도 보급형
MWC 삼성 전시관에는 독특한 코너가 있다. ‘갤럭시 패밀리’ 코너다. 자세히 살펴보면 △갤럭시 에이스 △갤럭시 지오 △갤럭시 피트 △갤럭시 미니 등 4개의 스마트폰이 놓여 있다. 갤럭시S보다 작고, 화질도 떨어진다. 프로세서도 600∼800MHz 수준이다. 하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즐기고, 간단한 스마트폰 기능을 이용하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다. 이 제품들은 삼성이 MWC에서 처음 선보인 보급형 제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통신요금제에 따라 공짜 폰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 밖에 연내에 출고가 150달러 안팎의 저가 스마트폰도 시장에 내보일 계획이다.
아직 실체가 파악되지 않은 ‘보급형 아이폰’에 대한 소문도 뜨겁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4일 ‘보급형 아이폰’의 시범 제품을 봤다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암호명 ‘N97’로 불리는 이 제품이 아이폰4의 절반 크기이며, 가격도 현재 아이폰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 중국 저가 스마트폰이 몰려온다
이번 MWC에 참석했는데 ‘화웨이’를 모르면 ‘간첩’ 소리를 들을 법하다. 출입증과 목 끈에 온통 붉은색 화웨이 로고가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가 이번 행사를 후원한 덕분이다. 두 번째로 많이 보인 로고는 ZTE. 지난해 휴대전화 제조업체 글로벌 5위 안에도 들었다. 두 회사 모두 중국 회사이다. 이들의 강력한 무기는 바로 가격경쟁력.
뉴욕타임스는 14일(현지 시간) 화웨이가 저렴한 태블릿으로 미국시장을 사로잡으려 한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MWC 전시장의 수많은 태블릿PC에는 가격이 붙어 있지 않다. 얼마냐고 물어보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통신 요금제에 따라 다르다’는 말을 듣기 쉽다. 그러나 화웨이는 300달러가량이라고 밝힌다.
○ 노키아의 반격
중국이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 빠르게 침투하면서 가장 타격을 입은 업체는 다름 아닌 노키아다. 업계 관계자는 “노키아가 100달러짜리 스마트폰을 내놓는 등 저가시장의 왕자였는데 중국이 가장 위협스러운 존재가 되고 있다”며 “모두가 고급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을 때 중국은 신흥시장을 치고 나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MS와 전격 파트너십을 체결해 윈도폰7을 자사의 전략 플랫폼으로 삼기로 해 화제가 됐다. 애플과 구글 진영에 이어 노키아-MS 진영을 새롭게 형성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14일 기조연설에 나선 스티브 발머 MS 회장은 “노키아 윈도폰7은 연내에 내놓을 것”이라며 “노키아와의 전략적 제휴는 스마트폰 시장 공략에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제휴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 노키아와 전 세계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갖춘 MS가 개발자 및 소비자 친화적인 모바일 디바이스 개발에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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