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오너 일가는 대체로 가부장적이었다. 차남보다 장남, 딸보다 아들이 경영 승계 1순위로 꼽힌다. 딸들은 시집가면 조용히 내조하는 역할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도 차츰 변하고 있다. 딸들은 오빠나 남동생 못지않게 공부를 하고, 아버지 회사에 입사한 후 패션·유통·마케팅 분야에서 쌓은 전문성을 토대로 맹활약 중이다.
본보가 분석한 54명의 차세대 리더 가운데 13명이 여성이다.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의 딸인 현정담 상무, 현경담 부장처럼 해외 유학을 다녀온 사람은 이중 절반이 넘는 7명(53.8%)에 달한다.
집안마다 분위기가 달라 신세계, 동양그룹, 현대그룹 등 어머니 내지 외가의 입김이 센 그룹은 딸도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편이다. 반면 유교적 가풍이 엄격한 LG그룹, GS그룹, LS그룹에선 경영에 참여한 딸을 보기 힘들다.
재벌가 딸들이 가족회사 경영에 참여하는 방식의 특징은 주로 디자인, 서비스, 마케팅을 통해서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진로를 명확히 하고 해당 분야 전문성을 쌓아왔다.
그러나 재계 딸들은 오빠나 남동생이 받는 '기업 총수' 후계자 교육으로부터는 다소 벗어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대개의 남성 후계자들이 받는 기획, 전략, 재무 부문 경영 교육이 빠져있음을 고려하면 딸들이 기업 총수로 키워지지는 않고 있는 셈이다. 재계 차세대 리더를 노리는 딸들의 빛과 그림자를 17일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자세히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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