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칼럼]‘속물 효과’는 얼마나 지속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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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9일 03시 00분


최근 증권가에서 자문형 랩의 수수료를 두고 가격전쟁이 벌어졌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7일 “증권사의 서비스 수준을 고려하면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다”며 포문을 열었다. 자문형 랩의 수수료는 자산의 3%에 이르며 이 중 80%가량이 판매사 몫이다. 이는 일반 주식형 펀드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수준. 일부 증권사들이 랩 판매에 주력한 이유가 높은 수수료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었다. 10일 미래에셋증권과 현대증권은 자문형 랩의 수수료를 1%포인트 이상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일부 증권사들은 고객에게 맞춤형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랩 상품의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은 건 아니라고 말한다.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으로, 수수료 자체보다는 고객 가치와 만족도가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랩 시장은 2010년 초 20조 원 규모에서 1년 만에 35조 원 이상으로 급성장했다. 이를 두고 단지 높은 수수료 수입을 노린 증권사의 푸시 마케팅 때문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일부 랩 상품이 올린 높은 수익률을 보고 투자자들의 돈이 몰린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0년 말 대표적 투자자문사들의 기간별 평균 운용 수익률은 대부분 지수 수익률을 밑돌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랩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수료가 별문제가 되지 않았던 또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랩 상품에는 보통 최소가입금액이 설정돼 있다. 일부 상품의 경우 1억 원 이상이다. 투자를 많이 할수록 부가서비스도 많이 받는다. 이런 상품 구조로 랩 상품에 가입한 사람은 ‘특별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자아표현적 편익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아무나 살 수 없다는 희소성이 소비를 자극하고, 더 많은 사람이 구입할 수 있게 되면 가격은 물론 수요마저 떨어진다는 ‘스놉 효과(snob effect·속물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랩보다 더 발전된 형태의 투자 상품이라는 헤지 펀드에서는 스놉 효과가 더 극명하게 나타난다. 헤지 펀드의 최소가입금액은 보통 수백만 달러다. 베일에 가려진 헤지 펀드의 모집 방식과 운영 체계는 신비한 분위기마저 풍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자그모한 라주 교수는 자신의 책에서 다년간 실적을 놓고 보면 최고의 헤지 펀드조차 평균 이상의 수익률을 올린 해는 그리 많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래도 헤지 펀드의 연간 수수료는 자산의 3.5%에 달하며, 자산의 4∼6%를 요구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과연 스놉 효과는 얼마나 지속될까? 이제 한국 증권사들이 자문형 랩에 3% 수준의 수수료를 매기기는 어려워 보인다. 곳곳에서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를 볼 수 있지만 타워팰리스와 삼성동 아이파크가 누린 프리미엄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플래티넘 카드는 이제 상류층으로서의 사회적 지위를 표현해주지 못한다.

경쟁사가 쉽게 모방하기 힘든 차별적인 가치를 주지 않는 한 인위적으로 설정한 프리미엄 효과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애써 형성한 프리미엄 이미지를 먼저 포기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특정 산업에서 지배적인 위치에 있다고 해서 이에 안주할 수도 없다. 어디서 어떤 경쟁자가 나타나 산업 간 경계마저 무너뜨릴지 모른다. 21세기 초경쟁 시대에는 쉼 없는 혁신을 통해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줄 수 있는 기업만이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

한인재 미래전략연구소 경영교육팀장 epicij@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5호(2011년 2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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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록스는 어떻게 서비스 업체로 거듭났나

▼ MIT Sloan Management Review


제록스는 과거 사무용기기를 생산하는 회사였지만 이제는 제조업체라는 전통적인 분류법으로 정의할 수 없게 됐다. 사무기기를 생산하는 동시에 고객사에 사무기기를 대여하고 관련 인쇄관리 서비스도 제공하기 때문이다. 제록스는 이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복사기와 프린터를 관리한다. 고객은 단지 자신이 보유한 사무기기에서 출력한 페이지 양에 따라 사용 비용을 지불한다. 기타 구입, 설치, 운영, 유지, 교체 활동 등은 모두 제록스가 관리한다.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복사기가 아니라 복사돼 나온 서류라는 점에 주목하고 이를 서비스 사업 모델로 바꾼 것이다. 최근 국가 경제에서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전통적인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서비스 혁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개방형 혁신의 대가로 꼽히는 헨리 체스브러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제품 중심의 개방형 혁신 개념을 서비스 영역까지 확장한 개방형 서비스 혁신 솔루션을 제시한다.



태평양 전쟁 ‘타라와 섬 전투’ 美-日성패 분석

▼ 전쟁과 경영


태평양 전쟁이 치열하던 1943년 11월 20일 태평양 중서부의 작은 섬 타라와. 이 섬을 빼앗기 위해 미군과 일본군은 피비린내 나는 공방전을 벌였다. 고작 4일간 진행된 타라와 전투에서 양측은 모두 심각한 피해를 보았다. 일본군은 타라와의 산호초 섬 중 하나인 베티오에 미군이 상륙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곳을 요새화했다. 섬에 상륙하려던 미군은 섬 외곽에 펼쳐진 산호초와 해변에 둘러쳐진 토치카와 바리케이드에 막혀 쩔쩔맸다. 하지만 일본군은 매뉴얼에만 의존하며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해 다 잡을 뻔한 승기를 놓치고 섬을 미군에 빼앗겼다. 전쟁에 이기긴 했지만 피해가 막심하기는 미군도 마찬가지였다. 미군은 악전고투 끝에 섬을 빼앗긴 했지만 지리적 특성을 잘못 파악하고 상륙작전을 감행하는 바람에 4400명의 사상자를 냈다. 양측의 희비는 전투 이후에도 엇갈렸다. 미군은 타라와 전투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이후 승리를 이끌어낸 반면, 일본군은 패인에 대한 잘못된 분석과 경직된 사고로 더 큰 실패를 불러오고 말았다. 타라와 전투를 통해 실패에 대한 미군과 일본군의 차이가 어떻게 전쟁의 성패에 영향을 줬는지를 심층 분석했다.



브랜드의 노후화 막고 생명력 유지하려면

▼ Brand Management


외산 담배 브랜드 ‘던힐’은 2000년대 초반 20대 젊은 층에 큰 인기를 끌었다. 호텔, 레스토랑, 카페 등 20대가 자주 드나드는 이른바 ‘호레카’를 주요 공략 대상 유통채널로 선정하고 집중적인 마케팅을 전개한 결과였다. 절치부심하던 KT&G는 전략 브랜드 ‘레종’으로 맞불을 놓았다. 이 브랜드는 단기간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구축하며 ‘던힐’의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 레종은 자유와 방종, 멋과 사치, 젊음과 무모함을 구분할 줄 아는 젊은이들로 타깃 고객층을 좁혔다. 한정된 타깃의 니즈와 감성에 부응하기 위해 감각적인 고양이 캐릭터를 도입했다. 경쟁 브랜드와 달리 유통채널을 ‘호레카’로 집중하지 않고, 편의점 유통에 집중했다. ‘레종’은 이처럼 제품에 문화적 요소를 입히는 등 차별화를 추구하는 동시에 타깃 고객층과의 관련성을 높여 성공했다. 브랜드의 노후화를 막고 생명력을 오래 유지하기 위한 조건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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