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WINE]‘BIB 와인’ 아직도 주방에서만 쓰시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9일 03시 00분


와인, 그중에서도 레드와인이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많이 마시면 오히려 해가 된다. 몸에 이로운 효능을 이끌어 내려면 ‘매일 1, 2잔의 와인을 꾸준히 마신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별로 어렵지 않게 보이지만 와인을 수입하는 나라인 한국에서 이를 실천하기란 만만치 않다. 경제적 부담은 차치하더라도 와인은 개봉과 동시에 산화가 시작되기 때문에 개봉 후 이틀만 지나도 맛이 확연히 달라진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려고 소용량 와인을 찾아보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헛수고다. 용량이 줄어든 만큼 값도 싸질 것이라는 상식적인 셈법은 375mL 용량의 와인에서는 안 통한다. 이들 제품은 ‘차라리 750mL 와인을 사고 말지’란 불평이 절로 나올 만큼 용량 대비 가격이 높다.

이럴 때면 ‘백 인 박스(Bag in Box)’ 와인, 줄여서 BIB라 부르는 와인 생각이 간절하다. 박스 와인 혹은 캐스크 와인으로도 불리는 이 와인은 종이상자 안에 있는 진공 팩에 와인을 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와인을 밀봉한 마개를 종이상자 밑에 난 구멍으로 빼낸 뒤 마개에 장착된 버튼을 누르면 와인이 나온다. 와인이 나오는 구멍이 바닥을 향해 있어서 개봉 후에도 공기 중 산소가 유입돼 와인과 반응을 일으키기 어려운 구조다. 이런 특성 덕분에 BIB 와인은 최소한 4주, 길게는 6주까지 맛이 변할 걱정 없이 즐길 수 있다.

대부분의 BIB 와인은 용량이 3∼5L 수준으로, 품질보다 양을 강조한 급이 낮은 와인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사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대다수 BIB 와인의 품질은 식당에서 요리에 넣는 부재료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점차 많은 와이너리가 품질을 높인 BIB 와인을 내놓으면서 상황은 하루가 달리 변하고 있다.

2005년 자료에 따르면 노르웨이와 스웨덴에서는 판매 와인의 40%를 BIB 와인이 차지할 정도로 BIB 와인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다. 미국에서도 3L들이 프리미엄 BIB 와인이 2003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나타낼 정도로 인기가 있다. 일본에는 아예 BIB 와인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온라인 와인숍이 여럿이다. 호주 브라질도 BIB 와인 판매가 성황인 나라로 꼽힌다.

반면 국내에서 BIB 와인의 위상은 한마디로 바닥이다. 와인숍에서 찾기보다 식당 주방을 뒤지는 편이 훨씬 더 빠르지 싶다. 간혹 와인숍에서 BIB 와인을 발견할 때가 있자만 대부분이 단맛 일색이라 안타깝기 그지없다.

어바웃박스드와인닷컴(www.aboutboxedwine.com)을 참고하면 BIB 와인에 대한 세계 동향을 알 수 있다. 얼마나 많은 국가와 와이너리에서 어떤 품종으로 BIB 와인을 생산하는지 충실히 안내해 준다.

김혜주 와인칼럼리스트
● 이번 주의 와인
부르고뉴 피노 누아르(3L) 도멘 드 로슈뱅

사각형 일색이던 BIB 와인의 외관은 최근 원형, 육각형 등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 어떤 곳보다 변화의 속도가 느릴 것만 같은 부르고뉴에서도 다양한 BIB 와인이 생산되고 있다. 최고의 뫼르소 생산자 중 한 명으로 뽑히는 도미니크 라퐁 또한 이미 2005년 ‘디투어(Dtour)’란 이름의 BIB 와인을 출시한 적이 있다. 도멘 드 로슈뱅은 1921년부터 와인을 생산하는 가족 경영 와이너리다. 피노 누아르 100%로 빚는 이 와인은 750mL들이로도 생산된다. 국내에는 수입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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