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금융위원장은 17일 부실 저축은행 2곳의 영업정지와 같은 계열의 저축은행 3곳에 대한 검사 착수, 재무건전성 비율이 떨어지는 5곳 실명 공개 등 부실 저축은행 처리결과를 직접 발표했다. 자구노력이 미흡한 저축은행 대주주를 향해서는 “가지고 가든지, 포기하고 가든지 대주주가 판단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금융당국 수장(首長)의 입에서 이렇게 많은 저축은행의 이름이 한꺼번에 언급된 적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이번 부실 저축은행 대책은 위원장에 취임한 지 한 달 반 만에 전격적으로 나온 것이다.
이런 모습은 전임자인 진동수 위원장이나 퇴임을 한 달 앞둔 김종창 금융감독원장과 여러 가지 면에서 비교된다. 이들은 지난해 저축은행 61곳과 경영정상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금융시장의 의구심과 혼란을 잠재우는 데 역부족이었다. 부실 저축은행 대주주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으름장을 놨지만 시장은 상투적 경고로 받아들였다. 이러다 보니 “금융당국이 너무 굼뜨게 행동하는 바람에 ‘좀비 저축은행’을 양산한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결국 진 위원장은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에서 “저축은행의 경영정상화에 본격적으로 다가서지 못해 아쉽다”고 고백했다. 김종창 원장 역시 삼화저축은행에 대한 ‘부실 감독’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세 사람의 태도가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은 크다. 삼화저축은행의 부실 징후는 이미 지난해 7월부터 드러났지만 올해 1월에서야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졌다. 부실 당사자인 삼화저축은행은 물론이고 우량 저축은행까지 속수무책으로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를 겪는 등 큰 피해를 봤다. 이런 인출사태는 금융당국의 늑장 대처로 부실 저축은행이 더 양산됐을 것이란 고객들의 우려 때문이었다.
반면에 김 위원장이 주도한 이번 저축은행 구조조정에서는 2곳이나 영업이 정지됐는데도 삼화 사태에 비해 고객들의 예금 인출 수요가 훨씬 적었다. 금융시장이 비교적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발언과 행동이 강한 느낌은 있지만 시장에 분명한 신호를 줘서 불안 심리를 줄이고 있다”고 풀이했다. 물론 ‘김석동식(式) 구조조정’이 성공할지는 앞으로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이번 부산저축은행과 대전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조치는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금융당국 수장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를 잘 보여준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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