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경영Ⅰ]윤리·환경 없인 미래 없다

  • Array
  • 입력 2011년 2월 21일 03시 00분


세계 77개국 모여 ISO26000 국제표준 제정
국내 기업도 서둘러 사회적 역할 정립 노력 기울일 때

그래픽 이고운 leegoun@donga.com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포함하는 개념인 지속가능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중요하게 여겼던 매출, 이익 등 재무성과뿐 아니라 윤리, 환경, 사회문제 등 비(非)재무성과까지 챙겨야 하는 시대가 됐다. 아직도 일부 기업들은 지속가능경영 요구 압력을 비용의 관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는 단기 재무적 영향을 중심으로 기업평가가 진행되는 투자환경과 지속가능경영의 본질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 결과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매출액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내 100대 기업 지속가능경영 실태조사’에서도 이 같은 경향은 나타난다. 전체 응답자의 절반을 조금 넘는 51.6%만이 지속가능경영 전담 부서를갖추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도 44%에 그쳤다. 그러나 경쟁력 있는 일류 기업들은 지속가능경영을 사회 환원을 통해 베푼다는 단순한 차원이 아니라, 기업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이기 위한 지상 과제로 여긴다.》

○다양한 위협 요소 효과적 관리

기업은 지속가능경영의 실천을 통해 다양한 위협요소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리스크 관리에 실패해 기업의 이미지, 영속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글로벌 기업 나이키는 1990년 축구공을 생산할 때 아시아 협력회사 국가의 아동 노동력을 착취했다는 비난으로 기업 이미지가 실추된 것은 물론이고 영업이익도 37%나 하락했다. 또 일본의 소니는 2001년 말 유럽시장에 출시한 플레이스테이션2(PS2)에서 중금속인 카드뮴이 법적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됐다는 이유로 2000억 원의 손실을 봤다. 세계적인 에너지기업 엔론이 분식회계로 파산한 것은 너무나 유명하다.

이 같은 폐해를 겪은 국제사회는 2005년부터 77개 국가의 정부 관계자, 기업 등 전문가들이 모여 5년 동안의 회의 끝에 ‘ISO 26000’이라는 국제표준을 만들어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혹은 지속가능경영에 관한 것이다. △환경 △인권 △노동 △지배구조 △공정한 업무 관행 △소비자 이슈 △지역사회 참여 등 7개 분야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ISO 26000은 비록 강제성은 없지만 점차 국제 상거래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기업 경영평가에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ISO 26000

지난해 ISO 26000이 만들어졌지만 아직 국내 기업들의 대응은 미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10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31.2%만 ‘ISO 26000에 대응하고 있다’고 답했고 ‘계획 중’이라는 기업은 46.9%, ‘대응하지 않고 있다’는 대답도 21.9%나 됐다.

지속가능경영은 고객, 소비자, 정부, 비정부기구(NGO), 투자기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다국적 기업들은 차별화된 지속가능경영 전략을 기반으로 녹색제품, 친환경 공급망관리(SCM) 정책을 바탕으로 지속가능 요소를 사업의 필수 조건으로 반영하고 있다.

지속가능경영 활동을 위해서는 먼저 이해관계자들의 기대와 요구가 무엇인지 밝히는 데 열중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전담부서를 구성하고, 상호 기능보완이 가능한 팀을 설치하고 회의를 조직해야 한다. 차별화된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단계적인 실행 프로세스를 개발하고 단계별 과정을 이행해야 하며, 각 단계에서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지 현실적인 목표를 수립하고 방향 설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 경영진과 임직원들에게 정기적으로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대기업 중심으로 차별화된 지속가능경영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우리 경제의 위상은 크게 높아졌다. 또 무역 1조 달러의 경제대국 진입을 앞둔 만큼 국제사회의 지속가능경영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국내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지속가능경영이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 최대 기업의 위상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다 하기 위해 사회공헌 활동과 친환경 경영, 협력업체와의 상생협력 등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삼성의 사회공헌은 국내외 자원봉사는 물론이고 사회복지, 학술교육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2009년 기준으로 총 1466억 원이 사회공헌 활동에 투입됐으며, 약 90%의 국내 임직원이 참여했다.

정부와 함께 하는 사업도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고용노동부, 환경부와 협약을 맺고 사회적 기업을 발굴해 적극 후원하기로 했다. LG전자는 정부와 함께 올해 안에 경영자 교육 프로그램과 생산성 향상 컨설팅 프로그램 개발 등 준비를 마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지원을 시작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은 보건복지가족부와 함께 출산율 저하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에 매진하고 있다. 이는 인구 감소가 내수산업의 기반인 국내 소비층의 약화, 나아가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위기의식과도 맥이 닿아 있다. 유통 최고기업 롯데로서는 출산율 유지 또는 증가가 신규 수익 창출과 지속가능경영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사안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기업들은 각각의 영역에서 특화된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국내 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은 해외 자원개발 분야에 진출해 베트남, 페루, 브라질 등지에서 사업을 잇달아 성공시킴으로써 세계 시장에서도 주목받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전기차용 배터리, 정보 전자소재, 그린폴(Green-Pol) 등의 미래에너지 개발에 집중해 기술 선도기업의 역할을 하고 있다. GS칼텍스도 녹색 에너지를 향한 발걸음을 서두르면서 지속가능성장과 친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회사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의 하나로 선정하고 연료전지 및 탄소소재 분야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