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트레인과 엔진이 같아도 요리법이 다릅니다. 오늘 한번 맛을 봐 주십시오.”(오사무 사다카타 도요타 렉서스개발센터 수석엔지니어)
18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렉서스 ‘CT200h’ 시승회를 앞두고 “CT200h와 프리우스의 차이가 뭐냐”고 질문한 기자들에게 도요타는 “타 보면 안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런 질문이 나온 것은 부분적으로 렉서스의 마케팅 탓이기도 했다. 렉서스는 프리우스와 배기량(1.8L)이 같고 차체 크기가 비슷한 이 차를 ‘세계 최초의 프리미엄 콤팩트 하이브리드 모델’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제원표상으로는 ‘프리미엄’이라는 수식어 외에는 이 차가 프리우스보다 더 나은 점을 알기 어려운 게 사실이었다. 엔진과 차급이 같은데 연료소비효율(연비·L당 25.4km)이나 이산화탄소 배출량(km당 92g)은 프리우스보다는 약간씩 뒤쳐진다. 게다가 프리우스로 말하자면, 비록 렉서스가 아닌 도요타 브랜드이긴 해도 이름값이 남다른 제품이다. 그저 ‘렉서스니까’라는 이유로 프리우스보다 400만 원 더 비싸게 사고 싶지는 않은 게 소비자 심정이다.
물론 이날 이 차를 타고 송도 일대를 1시간가량 달려본 뒤에는 프리우스와 CT200h의 차이를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렉서스가 CT200h의 마케팅 포인트를 ‘하이브리드’라는 점으로 잡은 게 다소 실수 아니었나 싶었다. 물론 회사로서는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로 렉서스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완성했다는 의미가 있겠지만, 국내 소비자에게 알기 쉽게 이 차의 특성을 설명한다면 ‘(하이브리드 기술로) 더 조용해지고 연비가 높아진 4000만 원대 입문용 렉서스 해치백’이다. 프리우스처럼 ‘날 좀 보소, 나 하이브리드요’라고 안팎으로 티내는 차가 아니다.
저속에서의 정숙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인데, 전기 모터의 힘만으로 주행하는 EV 모드를 선택해도 전기자동차 특유의 낯선 주행감이 들지는 않는다.
시속 100km까지는 에코 모드건 노멀 모드이건 주행감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고, 연비에 초점을 맞춘 에코 모드가 다소 답답하게 느껴지면 4가지 주행 모드 중 운동성과 민첩성을 극대화한 스포트 모드로 바꾸면 된다. 다만 시속 140km가 넘어가면 스포트 모드로도 다소 가속력이 답답한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엔진과 전기모터의 출력을 합한 시스템 최대 출력은 136마력. 어쨌든 시속 180km까지는 가속이 무난한 편이고 렉서스 브랜드의 특성을 고려해보면 특별히 단점이라 할 수는 없겠다. 변속 충격은 전혀 없으며 측면 퍼포먼스 댐퍼를 장착해 코너링시 안정감이 일품이다.
계기판과 센터페시아는 잘 정돈된 느낌이며, 주행 모드를 바꿀 때 센터 클러스터의 조명이 바뀌는 것은 그저 재미있는 정도다. 내부 감성 품질은 ‘어쨌든 렉서스’라는 기분은 들게 할 수준. 뒷좌석은 중학생 이상이 타기에는 다소 좁다. 기본형이 4190만 원, 고급형이 477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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