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현장에서]현대 vs 기아車, 경쟁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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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3일 03시 00분



3000만 원 대 준대형 차량을 사려는 소비자는 요새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6년 만에 준대형의 ‘왕’이라 불리는 현대자동차의 ‘신형 그랜저’가 화려하게 귀환하자마자 지난해 베스트셀링 카였던 기아자동차 K7이 더 좋은 엔진을 장착해 ‘더 프레스티지 K7’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신형 그랜저가 시중에 선보인지 한 달만의 일입니다. 한국GM(옛 GM대우자동차)의 ‘알페온’까지 포함하면 쟁쟁한 준대형 차량 3종류가 한꺼번에 자웅을 겨루고 있는 형국이니,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랜저와 K7의 대결입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한 지붕 두 가족’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진 터. 언뜻 생각하기엔 현대차 그랜저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기아차 K7은 그랜저가 좀 더 팔리기를 기다렸다가 서너 달 쯤 후에 천천히 나와도 상관없을 듯 합니다. 오히려 그 편이 쌍방간 매출을 올리는 데는 더 나으리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K7은 2009년 11월 출시된 이후 ‘준대형=그랜저’라는 공식을 깨뜨린 차로, 어떻게 보면 그랜저의 최대 적수이니만큼, 그랜저를 파는 사람들에게 K7의 등장이 달갑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생각이 다른가 봅니다. ‘현대차는 현대차 일정대로, 기아차는 기아차 일정대로 간다’는 원칙을 고수합니다. 당초 일정은 그랜저가 지난해 연말에 나왔어야 했습니다. 이대로라면 약 두 달 후에 K7이 출시되니까, 큰 무리는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랜저 출시가 한 달 정도 늦어지는 바람에 K7과 ‘박치기’를 하게 되고 말았습니다. 요새 한창 두 차가 나란히 비교 대상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지요.

‘형 동생 봐줄 것 없다’는 현대차와 기아차 간의 치열한 경쟁은 이 뿐이 아닙니다. 준중형 차로 인기를 끌고 있는 현대차 ‘신형 아반떼’와 기아차 ‘포르테’도 막상막하의 경쟁 상대입니다. GDI 엔진을 장착한 신형 아반떼가 2010년 8월에 나오자 기아차는 이에 질세라 같은 엔진을 장착한 ‘포르테 GDI’를 아반떼 출시 후 한 달 만에 내놓습니다. 형이 장사하는데 동생이 ‘맞불’을 놓는 것 같은 모습입니다.

현대차는 지난해 기아차의 선전으로 국내 완성차 5개사 가운데 유일하게 내수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지난해 중반에는 시장 점유율 50%선이 무너질 지도 모르는 아슬아슬한 순간까지 있었습니다.

주위에선 ‘제살 깎아먹기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달리 보면 ‘동일 차종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현대차의 최대 맞수가 다름 아닌 기아차’라는 재미있는 사실이 두 차 브랜드의 판매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됩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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