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터 당 30km에 육박하는 연비로 눈길을 사로잡았던 하이브리드 차, 그러나 비싼 가격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외면 받았던 하이브리드 차가 올해 ‘2차 대전’을 예고하고 있다. 유가가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는데다 현대·기아자동차, 도요타, 혼다 등 자동차 메이커들이 잇따라 신형 하이브리드차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 저조한 2010년 판매 실적
지난해 친환경 하이브리드차 시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국내에서 팔린 하이브리드차 모델은 모두 13종으로 국산 6186대, 수입 2287대 등 총 8473대가 판매되는 데 그쳤다.
전체 국산 승용차 121만7764대 가운데 하이브리드 차량의 비중은 0.5%에 불과하다. 수입차 시장에서의 비중은 2.5%이다.
현대차의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는 4133대 팔려 전년도의 5069대보다 오히려 줄었고,기아차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 판매량도 2053대에 불과했다.
수입산 하이브리드차도 판매량이 저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대명사’라는 도요타의 ‘프리우스’는 1315대 팔리는 데 그쳤고 ‘캠리 하이브리드’도 403대만 팔렸다. 렉서스 ‘LS600hL’이 84대, ‘GS450h’가 45대, ‘RX450h’가 127대로 역시 전년보다 판매량이 줄었다.
혼다의 ‘시빅 하이브리드’는 2009년 134대에서 2010년 43대로 판매량이 뚝 떨어졌고 야침차게 내놓았던 ‘인사이트’는 두 달 동안 140대 팔리는 데 그쳤다. 메르세데스-벤츠의 ‘S400 하이브리드’는 판매량이 101대에 불과했으며 BMW ‘액티브 하이브리드7’이 16대, ‘X6 하이브리드’가 12대, 포르쉐 ‘카이엔S 하이브리드’가 1대 팔렸다.
이렇게 국내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이 부진한 이유는 비싼 가격과 연료 효율성 논란, 그리고 낮은 인지도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 그러나 올해는…
올해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의 양상은 조금 다를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무엇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업체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가격이 떨어져 소비자 부담이 한결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토요타자동차는 16일 렉서스 브랜드의 신형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CT200h’를 출시했다. 가격은 CT200h ‘콤팩트 트렌디 하이브리드’가 4190만 원으로 렉서스 라인업 중 가장 저렴하다. 조금 더 높은 사양인 ‘콤팩트 럭셔리 하이브리드’는 4770만 원이다. CT200h는 리터 당 25.4km의 공인연비를 자랑한다. 1.8리터급 휘발유 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해 최고출력 136마력의 힘을 낼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오는 6월 경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K5 하이브리드’를 각각 내놓는다. 하이브리드 전용 세타Ⅱ 2.4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으며 연비는 리터 당 20km 수준으로 알려진다.
국내 판매가격은 3000만 원 대 중반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미국 시장에 먼저 선보이는데, 기본형이 2만5795달러(약 2900만원), 프리미엄 모델이 3만795달러(약 3400만원)다.
혼다코리아는 연내 하이브리드 스포츠카인 ‘CR-Z’를 선보일 예정이다. 일본 기준 연비가 리터 당 25.0km이다. 가격은 3000만 원 대 중반으로 알려진다. 일본 시장에서의 가격은 226만8000엔(약 3050만 원)이다.
푸조의 공식수입원인 한불모터스는 연말 경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3008 하이브리드4’를 국내에 소개할 계획이다. 이 차는 디젤 하이브리드라는 점이 특징이며 연비는 유럽 기준 리터 당 26.3km다.
■ 하이브리드 차량 가격 인하는 계속된다
글로벌 하이브리드 시장은 이제 본격적인 시장 확장기에 들어섰다. 일본의 주요 업체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2011∼2012년에 친환경차 제품 출시를 할 전망임을 감안하면 올해와 내년이 친환경 차량의 일종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철홍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위원은 “친환경차 이슈는 이제 ‘기술에서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진단하며 “일본 업체 이외 GM, 포드, 폴크스바겐 등의 제품 확대와 가격 인하로 하이브리드차는 대중화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요타는 ‘기술’을 앞세웠던 과거 ‘프리우스 전략’에서 벗어나 판매확대를 위해 하이브리드 차량 양산에 주력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도요타는 2012년 말까지 신모델과 체인지 모델을 포함해 11개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혼다는 이번 가을 ‘피트 하이브리드(Fit Hybrid)’ 등 소형 하이브리드 차량을 내놓고 하이브리드 기술 발전에 필수적인 배터리 기술 진화도 도모할 계획이다.
폴크스바겐은 전통적으로 강한 디젤 엔진 경쟁력을 이어가면서도 지역별로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로 대응할 방침이다.
폴크스바겐은 하이브리드차에 대해 다소 관망하는 입장이었으나 최근 연료 절감과 이산화탄소 감축 관련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 모든 친환경차 기술을 포괄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포드와 GM 등 미국 업체는 엔진 다운사이징에 집중하면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시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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