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 종료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조치를 연장할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다음 달 말 완화조치 종료 직전에 대출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대출영업 강도를 높이고 있어 가계 빚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DTI 규제 완화를 중단하는 것은 기지개를 펴고 있는 주택 매매수요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고 주장한다.
○ 금융권 대출경쟁 조짐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대부분 DTI 규제 완화 조치가 연장돼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가계부채의 증가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DTI 완화 조치가 연장된다면 가계부채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것”이라며 “모든 계층에 적용되는 DTI 제도를 건드리기보다 저소득층에 대한 금리 및 전세자금 지원 등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가계가 소득수준 이상으로 무리하게 대출을 받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며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옮겨가도록 양도세 등 세제(稅制)를 개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시중은행들이 3월 말 시한을 앞두고 대출실적 올리기 경쟁에 뛰어들 움직임을 보여 우려를 더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를 코앞에 두고 있고, 신한금융지주가 지배구조를 정비하는 등 금융지주들이 본격적인 ‘영업 대전(大戰)’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 실제로 하나금융은 우량 대출자산 증대를 올해 역점 사업으로 삼았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최근 임원들에게 공격적인 영업을 주문하며 실적에 따른 성과급 제도를 강화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최근 신년 인터뷰에서 “하나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가 시장을 치고 나가겠다고 벼르는 것 같은데 이들과 격차 벌리기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도 낮아졌다. 국민은행은 21∼25일에 적용되는 6개월 변동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연동 주택대출의 금리를 연 4.31∼5.71%로 지난주보다 0.04%포인트 인하했다.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 대출에 대해서도 가산 금리를 낮췄다. 우리은행은 3월 말까지 아파트 구입자금 대출 금리를 연 0.20%포인트 낮춰주기로 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이달 말까지 신용대출을 신청하는 고객에게 100% 당첨 ‘포천 쿠키’를 통해 대출 금리를 연 0.2∼5.0%포인트 깎아준다.
○ “올해 말까지는 DTI 완화해야”
부동산 전문가들은 적어도 올해 말까지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3월은 전세시장의 수요가 매매시장으로 옮겨가는 변곡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 전세금이 치솟아 서울 강북이나 수도권에서 슬슬 매매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규제를 풀면 더 큰 효과가 날 수 있다”고 전했다. 지규현 한양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규제가 다시 생기면 수요자들의 심리가 위축돼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기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세금과 월세가 떨어져야 가계 빚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은 “늘고 있는 가계대출의 상당 부분은 아파트 중도금”이라며 “전세금이 몇천만 원씩 오르면 부채도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기준금리 인상이 부채 증가에 브레이크를 걸 것으로 보고 있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은 금리가 워낙 낮았기 때문에 부채가 늘어났다”며 “올해 하반기에 실질금리가 플러스로 전환되면 사람들이 대출을 무리하게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기준금리의 방향성도 뜨거운 관심사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1월 연 2.75%로 0.25%포인트 올린 뒤 이번 달에는 동결한 상태다. 금융권에서는 서민들이 가계부채 상환을 서두르도록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완중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다른 자산을 줄일망정 부채는 서둘러 상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도록 금리인상 시그널을 강하게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