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의 민주화 바람이 거세다. 최근 민주화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리비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 석유 생산의 2%를 차지하는 리비아의 정정이 악화되자 브렌트유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의 민주화 도미노가 전 세계 석유 공급에 차질을 일으킬 것에 대해 우려한 결과이다.
세계는 또다시 인플레이션 부담에 노출된 셈이다. 그동안 곡물 가격 상승에서 오는 인플레이션 부담이 컸는데 이제는 유가발(發) 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이집트 시위를 돌이켜 보자. 이집트 시위의 기저에는 식료품 가격 상승에 따른 서민 경제의 악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집트는 세계에서 밀 수입량이 가장 많은 나라다. 밀을 주식으로 하고 있지만 사막 지역이 많고 밀 경작에 적합하지 않은 기후조건 때문에 자급자족이 어렵다. 밀 가격 상승이 서민 경제의 악화로 직결되는 구조인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민주화 바람의 단초가 되었고, 다시 민주화 바람으로 인플레이션이 야기되는 상황이 돼 버렸다. 향후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는 국면에 진입하더라도 인플레이션 부담은 잔존할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 환경에서는 기업의 가격결정력이 중요해진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시차를 두고 기업의 비용 부담으로 전이되기 때문이다.
과거 경험으로 보면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국면에서 석유정제, 비철금속, 정보기술(IT), 유통, 보험 업종이 강세를 나타냈다. 비철금속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 제품 가격 상승으로 바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에, IT는 가격 부담이 커지는 원자재의 사용 비중이 낮기 때문에 유리하다. 또 유통은 제조업이 아니어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도 비용 부담이 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보험은 물가 통제를 위해 일반적으로 금리 인상이 수반된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한국의 수출상사 기업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본연의 사업을 통해 유통업의 성격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통해 비철금속 사업도 보유하고 있어 가격결정력이란 측면에서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상사는 1980, 90년대 고도성장기에 대기업 그룹 성장의 중추 역할을 담당했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과도한 사업 확장의 폐해가 나타나면서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후 기존 유통업의 역할만으론 성장성이 제한적이라는 판단 아래 석유, 가스, 석탄, 동, 아연과 같은 자원개발 분야에 진출하게 되었는데, 이제 그 성과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수 있는 시점에 진입하고 있다. 1980년대부터 해외 자원개발에 나섰던 일본의 상사도 원자재 가격이 빠르게 상승했던 2007년에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던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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