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사태가 정부와 시위대의 유혈 충돌로 악화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등 리비아의 해외 정유업체들이 조업을 중단하고 있다는 소식에 리비아 정부가 석유 시설에 폭파 명령을 내렸다는 믿기 어려운 소문까지 들려오고 있다.
사태가 악화되자 당연히 글로벌 금융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안전자산으로의 탈출이 이어지며 금값이 치솟고 있고 주가는 급락하고 있다. 주요국 채권 시장에서는 채권 금리가 떨어지고 있다. 물가가 오른 만큼 채권 가치가 떨어질 수 있지만(채권 금리는 상승) 유가 급등이 작년부터 회복세를 보이던 각국 경제를 악화시키고 정책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자산 가격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에 대해서는 답을 내리기 상당히 어렵다. 그 자체가 불확실성이어서 위험자산을 팔아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 경험을 보면 지금처럼 지정학적 위험이 극대화된 상황에서는 섣부른 예단을 삼가야 한다.
따라서 필자는 정책 당국과 투자자 모두 시나리오별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 크게 보면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일단 최근 일부에서 우려하듯 지정학적 위험이 계속 커지면서 유가가 1970년대 1, 2차 오일쇼크 시점만큼 올라가고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시나리오다. 이럴 경우 현재 100달러 수준의 유가는 단기에 2, 3배 치솟고 글로벌 경제는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반해서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 빠질 것이다. 특히 한국은 유가 급등이 초래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수입 물량 가운데 원유 비중이 급격히 늘면서 경상수지 적자가 나타날 것이고 경상수지 적자는 다시 환율 급등을 초래할 것이다. 성장이 낮아지는 환경에서도 국내 물가가 매우 높은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비관적인 시나리오다.
하지만 걸프전 등 과거 몇몇 사례처럼 일시적인 혼란에도 불구하고 다시 빠른 속도로 안정을 되찾는 시나리오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경험적으로는 이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더욱 크다. 이럴 경우 일시적으로 유가가 지금보다 20%가량 올라갈 수 있지만 다시 지금 수준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증산과 일시적 수요 위축 때문이다. 그렇다면 경제와 금융시장이 받는 충격도 크지 않고 기간도 길지 않을 것이다. 일시적으로 주가나 금리 하락 폭이 커질 수 있으나 시간을 두고 다시 제자리를 찾는 움직임이 진행될 것이다. 불확실성이 크지만 그럴수록 전망에서는 중심 잡힌 견해를 가져야 한다는 걸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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