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바이오제약은 삼성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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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6일 03시 00분


■ 삼성그룹, 3000억 규모 합작회사 설립 안팎

《 1983년 3월 고(故)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전격적으로 반도체 투자결정을 내렸다. 앞으로 한국을 먹여 살릴 산업은 반도체와 같은 첨단기술 산업이라는 것이 당시 호암의 판단이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물려받은 반도체 사업을 잘 키워 지금의 삼성전자를 만들어냈다. 그로부터 28년이 지난 25일 삼성은 바이오제약 사업 본격 진출을 선언했다. 이건희 회장은 “바이오제약은 삼성그룹의 미래사업이다. 바이오제약 사업이야말로 인류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므로 사명감을 가지고 적극 추진하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가 호암이 이건희 회장에게 준 선물이었다면, 바이오제약은 이 회장이 삼성의 3세대를 위해 뿌리는 씨앗”이라고 말했다. 》
○ 차세대 먹을거리 개발

2007년 이후 삼성은 차세대 먹을거리 발굴에 애써왔다. 이건희 회장은 “앞으로 10년 안에 지금 삼성을 대표하는 모든 제품이 사라질 것”이라며 경각심을 일깨우곤 했다. 이에 따라 삼성은 지난해에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태양전지, 자동차용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등 5개 분야에 23조 원을 집중 투자해 신수종 사업으로 키운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 이와 관련된 작은 진척들이 있었지만 바이오제약 합작사 설립은 신사업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첫 결실이라는 것이 삼성 안팎의 반응이다.

삼성의 바이오제약 사업 계획은 3단계다. 삼성은 우선 의약품 생산 공장을 건설해 해외 제약사의 생산 물량을 수주하고 2016년부터는 림프암과 관절염 치료 등에 쓰이는 ‘리툭산’ 등의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복제약 관련 합작 파트너도 올해 안에 선정할 예정이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2010년대 후반에는 궁극적인 목표인 신약 사업을 시작할 방침이다. 세계 바이오제약 시장은 2020년에는 규모가 23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은 바이오제약 사업이 삼성의 강점인 전자 사업과 분야가 전혀 다르지만 연구개발(R&D)이 중요하고 품질 관리가 어려우며 각종 규정이 까다롭다는 점에서 삼성의 제조 및 품질 역량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삼성의료원의 치료 사업, 바이오제약 사업, 삼성전자의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한 의료기기 사업 등 의료 관련 사업의 융·복합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삼성은 2020년까지 바이오제약 사업에 2조1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 송도 선정에 정부는 ‘반색’

삼성은 인천 송도 경제자유구역 내 약 27만 m²(약 8만 평) 용지에 생산플랜트를 건설할 예정이다. 삼성이 사업 용지를 송도로 정한 데에는 △생산 제품이 대부분 해외 수출용이고 △냉장·냉동 항공 물류시설이 필요하며 △수도권이고 해외 제약업체의 입·출국과 외국인 임직원의 주거가 편리하다는 점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 더군다나 공장 설립이 이뤄질 송도 경제자유구역 5공구는 바이오 단지여서 시너지 효과가 큰 곳이다. 셀트리온을 비롯해 베르나바이오텍 등 바이오시밀러·제약 관련 대형 공장, 연구소가 10개 이상 입주해 있고 세계적인 제약회사인 존슨앤드존슨도 입주할 예정이다.

정부는 삼성이 송도에 들어온 것을 반색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경제자유구역에 삼성 같은 글로벌 대기업이 들어오면 외국인 투자도 촉진되고 글로벌 기업도 끌어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제약 업계 “파이 키울 것”

제약 업계는 전반적으로 삼성의 관련 산업 진출을 반기는 분위기다. 국내 최고 기업이 바이오업계에 합류해 업계의 파이가 커지고 바이오산업 생태계가 완성될 것이라는 기대감 덕분이다. 이날 증권시장에서는 삼성의 발표에 복제약 관련주가 일제히 올랐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참여함으로써 바이오 의약품 부문에 투자가 늘고, 시장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환영하는 분위기”라면서도 “삼성이 기존업체 인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는데 의외로 새로 공장을 세우는 정공법을 택했기 때문에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신약 개발은 미뤄둔 채 복제약 생산에 나서는 것도 아쉽다는 반응이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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