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객실 침입사건에 대한 의혹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어 서울 중구 소공동에 있는 롯데호텔이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인도네시아 특사단 침입사건이 국정원 직원에 의한 것으로 알려진 21일부터 롯데호텔은 초비상 상황이다. 특히 호텔 보안 및 신뢰성에 대한 의혹이 높아진 상황이어서 이를 어떻게 대응하느냐를 놓고 매일 회의를 하며 고심하고 있다.
객실 1124개로 국내 최대 규모의 롯데호텔은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때 사우디아라비아, 유럽연합(EU), 네덜란드 등 세 정상이 묵었으며 청와대 및 각 부처 주재 국제행사도 가장 많이 열어온 국내의 대표호텔이다. 때문에 이번 사건은 더욱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 특사단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영접하며 롯데의 인도네시아 사업 확대 방안을 협의했다는 점에서 롯데그룹의 체면도 적잖게 타격을 입게 됐다. 최근에는 롯데호텔 직원이 인도네시아 특사단의 객실 문을 열어줬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롯데호텔 측은 “호텔 직원이 문을 열어줬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모함”이라며 “하루빨리 결과가 나와 진실이 밝혀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노트북 지문을 식별할 수 없다고 밝혀 사건의 진상이 제대로 밝혀질지도 의문시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남대문경찰서 신성철 형사과장은 25일 “롯데호텔 폐쇄회로(CC)TV를 공개하면 호텔과 국정원이 다 죽는다”고 묘한 발언을 했다.
호텔업계는 “롯데호텔도 피해자”라며 “정보기관과 수사기관이 자신들의 잘못을 숨기기 위해 호텔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누가 진실을 숨기려 하는 것 같으냐”면서 “우리도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하지도 못하고…”라며 답답해했다.
호텔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외국 대사관과 기업 고객들로부터 문의가 있었지만 예약 취소는 거의 없다”며 “국제행사와 VIP 투숙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23일 마하티르 빈 모하맛 전 말레이시아 총리가 투숙했으며 24일에는 청와대가 주최한 ‘글로벌코리아 2011’ 국제회의도 차질 없이 열렸다.
이 사건 이후 롯데호텔은 보안을 대폭 강화했다. 카드 키가 있는 고객만 엘리베이터로 해당 층에 출입할 수 있는 보안시스템을 새로 가동한 것. 이 시스템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불편하다는 고객 민원 때문에 그동안은 사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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