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한 정승이 세수를 하는 도중에 자기의 귀에서 파랑새 한 마리가 나와 날아가는 꿈을 꾸었다. 하도 특이해서 부인에게 꿈 이야기를 해주면서 “기이한 꿈이니 절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단단히 입단속을 했다. 그런데 며칠 뒤에 그 정승이 입궐을 했더니 임금이 다음과 같이 묻는 것이었다. “소문을 듣자 하니 경이 꿈에 용변을 보는 도중에 엉덩이에서 봉황 열 마리가 나와 날아갔다는데 그것이 사실이오?”
자기 부인에게만 말하고 단단히 입단속을 했건만 그 이야기가 벌써 많은 사람에게 퍼져 임금의 귀에까지 들어갔고 내용도 바뀌어 확대 재생산된 것이다. 이렇듯 소문이라는 것은 쥐도 새도 모르게 많은 사람에게 퍼져 나가고 또 그 과정에서 내용이 와전되거나 부풀려지는 경우가 많다.
증권시장도 온갖 소문이 난무하는 곳이다. 증권시장에서 소문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증권시장으로 소문이 모이기도 하며 증권시장에서 소문이 퍼져나가기도 한다. 이곳에서 생산, 집합, 유포되는 소문은 사실과 다른 것도 꽤 있으나 시간이 흐른 후에 사실로 밝혀지는 것도 많다.
증권시장에서 나도는 소문 중 정치권이나 연예계와 관련된 것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은 상장기업의 주가와 관련된 것이다. 정부 정책으로 어떤 업종이 수혜를 본다는 식의 호재성 소문에서부터 어떤 회사는 자금 사정이 안 좋다는 등의 악재성 소문에 이르기까지 증권시장의 하루는 소문으로 시작해서 소문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증권회사의 리서치센터에서 정상적으로 만들어지는 기업탐방 리포트나 경제전망 자료들은 이러한 소문과는 달리 순수한 ‘정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런 자료를 직접 접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전해들은 사람에게는 이것도 소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어쨌든 증권시장에 참여하는 수많은 투자자가 증권시장의 정보 또는 소문에 촉각을 세우고 남들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나 소문을 입수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사실 소문이 처음 시장에 퍼질 때에는 일부 투자자만 알게 되고 또 그 소문의 신뢰성이 다소 떨어지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잘 믿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소문이 그럴듯하게 포장돼 많은 사람에게 퍼져나가고 주가에도 반영되면서 해당 주식의 주가는 서서히 상승한다. 그러고는 그 소문의 진위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설이 분분하게 나도는데 그런 과정에서 주가는 등락을 거듭하며 대량거래와 함께 상승세를 타는 경우가 많다. 소문이 언론에 보도되는 시점에는 해당 주식의 주가가 정점에 다다른다. 언론에 보도될 정도면 시장에 있는 거의 모든 사람이 그 소문을 어느 정도 접했고 따라서 신선도가 크게 떨어지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언론을 통해서야 그 소문을 들은 ‘최후의’ 투자자들이 뒤늦게 매수 주문을 내지만 그 후로는 추가 매수세가 유입되지 않으면서 그 주가는 서서히 내리막길에 접어든다.
기업실적과 관련해서도 어떤 기업이 반기 실적이 아주 좋을 것이라는 추측성 소문이 돌면 주가가 올라간다. 그러나 막상 기업실적이 발표되는 날은 실적이 좋더라도 오히려 주가가 꺾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 기업의 액면분할은 주식의 거래가 활성화된다는 측면에서 호재로 작용하는데, 액면분할도 소문이 돌면서 주가가 올라가다가 정작 액면분할을 한다는 공시가 나오는 시점에서 매물이 쏟아지며 내리막을 걷는 사례가 자주 눈에 띈다.
시장이 아주 강세장이거나 그 뉴스의 재료가 강하게 작용할 만한 대형 호재라면 ‘소문에 사고 뉴스에 또 사라’라고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강세장에서는 뉴스가 나오는 시점에서 이익을 실현하려는 매물을 새로운 투자자들이 거뜬히 소화해내면서 짧은 조정을 거쳐 재상승하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경우에는 소문으로 오른 주식은 뉴스가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일단 매도하는 것이 정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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