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은 금겹살” 고기 대신 두부… 우유 대신 두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일 03시 00분


구제역과 고물가가 소비생활 바꿨다

주부 김영희 씨(62·경기 과천시 중앙동)는 최근 들어 매주 두부 2모 이상, 콩나물 1봉지를 꼭 구매한다. 평소에는 식탁에 잘 올리지 않던 꼬시래기, 톳 등 해조류도 빠뜨리지 않는다. 구제역 파동으로 돼지고기 값이 많이 올라 대체식품으로 선택한 것들이다. 김 씨는 “주말에 삼겹살을 즐겨 먹었는데 이참에 식단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구제역과 고물가로 소비패턴과 생활상이 바뀌고 있다. 고기 소비를 줄이고 그 대신 콩, 두부, 두유 등 단백질이 많이 포함된 식품을 찾는다. 또 대중교통 이용자가 많아졌다. ‘알뜰살뜰족’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 ‘꿩 대신 닭’, 대체소비 증가


회사원 이지호 씨(51·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는 “구제역과 흰 우유가 큰 상관이 없다는 건 알지만 요즘에는 흰 우유에 선뜻 손이 안 간다”면서 “두유 한 박스를 사와 우유 대신 마신다”고 말했다. 구제역으로 젖소가 도살처분돼 우유 공급에 차질을 빚자 우유보다 보존 기간이 길고 가격이 20∼30% 싼 두유의 소비가 늘고 있다. 오픈마켓인 G마켓에 따르면 2월 11∼24일 최근 2주간 두유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05% 증가했다.

돼지고기 소비도 줄었다. 롯데마트는 2월 돼지고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가량 감소했다. SK마케팅앤컴퍼니가 지난달 27일 성인 남녀 129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구제역 이후 돼지고기 소비를 줄인 소비자가 전체 응답자의 54%에 달했다. 이들 가운데 ‘값이 너무 올라서’ 줄였다는 사람이 73%에 이르렀다. 돼지고기 구매를 줄인 이들은 대체식품으로 주로 생선, 닭고기, 두부 등을 선택했다. 대한양돈협회에 따르면 돼지고기 지육가(내장을 빼고 머리, 사지, 꼬리를 제거한 고기)는 구제역 발생(지난해 11월 29일) 직전인 11월 26일에는 3949원이던 것이 지난달 25일에는 kg당 6517원이었다.

주부 박지현 씨(35)는 돌을 앞둔 둘째 아이의 이유식 만들기를 포기하고 최근 배달 이유식을 주문했다. 쇠고기, 채소, 생선 가격이 모두 치솟아 1월 한 달 이유식 재료비만 24만 원이 든 반면 배달 이유식은 한 달에 17만 원 정도. 그는 “3년 전 첫아이 이유식을 만들 때는 한 달에 10만∼12만 원 들었는데 요즘은 너무 비싸다”며 “첫아이 간식으로 자주 주던 브로콜리나 양배추도 너무 올라서 가끔 산다”고 말했다. 주부 최모 씨(53·인천 연수구 연수동)는 “외식은 꿈도 못 꾸고 고기류는 물론 채소, 생선까지 모두 올라 집에서 요리하기도 겁난다”면서 “김치찌개를 끓일 때 돼지고기를 적게 넣는 등 재료를 덜 쓴다”고 말했다.

식재료 가격 상승으로 외식비가 큰 폭으로 오르자 라면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바이더웨이가 2월 7∼27일 전국 4800여 개 점포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컵라면과 봉지라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8%, 46.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븐일레븐 주태정 라면 상품기획자는 “컵라면보다 가격이 싼 봉지라면을 집에서 먹는 ‘알뜰족’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 고유가에 ‘그린 라이프’로 전환


맞벌이인 임모 씨(34·서울 금천구)는 이달 초부터 아내와 자가용을 바꿔 쓰고 있다. 인천까지 원거리 출퇴근을 하는 임 씨가 아내의 경차를 쓰고, 직장이 여의도인 아내가 임 씨의 중형차를 쓰는 것. 임 씨는 “곧 출산하는 아내가 휴직을 하면 차를 한 대 처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 씨(35)는 결혼생활 5년 만에 ‘첫 차’를 장만했지만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주말에만 차를 이용하기로 아내와 약속했다.

‘자고 일어나면 오르는’ 휘발유값은 소비 감소와도 연결되고 있다. 지난해 9∼12월 매달 580만∼590만 배럴의 휘발유가 소비됐지만 올해 1월 들어 541만2000배럴로 떨어진 것. 매년 1, 2월에 휘발유 소비가 감소하는 계절적 요인을 감안해도 이 같은 감소세는 급격한 편이다. 경기 고양시 자유로 인근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A 씨는 “2월 매출이 1월보다 20% 정도 떨어졌다”며 “서울로 출근하는 길에 기름을 넣던 손님이 많이 줄어서 오전 아르바이트생을 한 명 줄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유가 상승으로 편의점의 교통카드 충전 매출은 증가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간 교통카드 충전 매출은 25.2% 상승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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