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세, 1년 만에 끝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일 03시 00분


유가-원자재값 급등으로 ‘5% 성장-3%대 물가’ 힘들듯…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고조

고유가와 글로벌인플레이션이 올해 한국의 주요 거시경제지표 전망치를 뒤흔들면서 금융위기 이후 1년 가까이 지속된 경기 회복세가 곧 주저앉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연평균 유가 85달러를 전제로 ‘5% 성장, 3%대 물가’의 목표치를 제시했던 정부는 거시경제 운용방안을 전면 수정해야 할 상황에 몰리고 있다.

1일 기획재정부와 민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에 수정 전망을 내놓을 예정인 LG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말 배럴당 87.7달러로 전망했던 연평균 유가를 90달러 중후반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배럴당 82달러로 제시한 유가를 90달러 이상으로 수정하면서 양 기관 모두 유가 전망치를 10% 이상 상향 조정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유가가 80달러 후반대에서 10%가량 인상 요인이 생겼다고 보고 있다. 유가 급등은 단순히 물가뿐만 아니라 성장률과 경상수지 등 주요 경제거시지표에 모두 악영향을 준다. 실제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3월 정부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 내외로 발표했다가 상반기에 유가가 폭등하는 바람에 7월 수정 전망치 발표에서는 성장률을 1.7%포인트가량 내린 4% 후반으로 조정했다. 경상수지도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입액 급증과 수출 부진으로 올해 전망치인 160억 달러 흑자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제전문가들은 2, 3일 이틀에 걸쳐 발표하는 2월 소비자물가와 1월 산업활동동향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의 예측대로 2월 소비자물가가 5%대에 육박하고 2009년 11월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경기선행지수가 상승 반전에 실패할 경우 경기 하강 가능성과 함께 고물가 저성장 경제구조인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 尹재정 “세계경제 다시 먹구름” ▼

재정부 관계자는 “유가 상승과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한국 경제에 가장 큰 위협 요인이기는 하지만 미국 경제의 빠른 회복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기 때문에 정부가 당장 경제전망치를 수정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관계자들은 정부가 경제전망치를 수정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이 1일 3·1절 기념사에서 “2009년 경제위기 때 정부가 비상경제 정부를 선포하고 매주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었던 때로 돌아가 새로운 도전을 이겨내야 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경제팀이 비상시스템으로 곧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동 리스크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국제유가가 현 수준보다 폭등할 경우 평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의 경제정책 협의체제를 비상체제로 바꿀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도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세계 경제에 다시 먹구름이 드리웠고 우리의 대내외 환경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어 정부의 정책공간이 좁아지고 있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말 것을 거듭 강조했다.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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