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의 급등이 공업제품 가격을 밀어올리고 농축수산물의 가격 상승이 외식서비스 물가 상승을 이끄는 등 정부의 물가안정 노력에도 물가 상승세는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
중동 리스크가 장기화되고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도 커지면서 당분간 물가 상승세는 꺾이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 상한인 4%를 2개월 연속 넘어섬에 따라 이달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
◇상품-서비스 모두 올라…집세 7년來 최고=2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동향은 농축수산물과 공업제품, 공공서비스, 개인서비스, 집세 등 모든 부문에서 올라 공급측면의 충격과 인플레 심리 확산이 동반됐음을 보여줬다.
농산물은 지난해 이상 기후로 급등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한파로 거침없이 올랐다. 농산물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2월 21.8%로 지난해 8월 이후 7개월 연속 두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갔으며 전월에 비해서도 1.3% 올랐다.
구제역 여파로 축산물도 급등세를 보였다. 돼지고기와 수입 쇠고기가 각각 35.1%, 17.3% 폭등해 국산쇠고기의 8.5% 하락에도 축산물 지수는 12.3% 급등했다. 수산물 역시 낮은 해수 온도로 어획량이 줄면서 11.4% 올라 밥상 물가가 두자릿수의 급등세를 지속했다.
중동의 정세 불안에 따른 고유가 상황이 악화되면서 공업제품 상승률도 5%대로 올라서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철금속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냉장고(5.8%), 창틀(10.0%) 등 내구재도 4.5% 급등했다.
특히 등유(19.3%)와 경유(14.6%), 차량용 LPG(12.4%) 등 서민층이 주로 쓰는 연료의 급등세가 두드러졌다.
농축수산물이 크게 오르면서 외식서비스 물가는 3.5% 올라 2009년 6월(3.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가공식품도 3.8% 급등했다. 외식서비스는 삼겹살(11.3%)과 돼지갈비(11.1%), 자장면(7.0%) 등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인플레 심리의 확산으로 미용료가 5.2% 급등한 것을 비롯해 개인서비스가 3.0% 상승해 2009년 4월(3.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울러 전세난이 지속되면서 집세는 2.7% 급등해 2004년 2월(2.7%)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는 3.1% 올라 2004년 2월(3.3%)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월세는 1.9% 상승해 2009년 1월(1.9%) 이후 가장 높았다.
2월 소비자물가 조사 대상 품목 489개 가운데 두자릿수 상승률을 보인 품목이 무려 71개에 달했으며 하락한 품목은 87개에 그쳤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농산물은 세계적 기상이변으로 당분간 높은 수준이 계속되고 중동의 정정 불안이 확산될 가능성이 커서 물가는 당분간 안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플레 압력 당분간 지속"…금리인상 가능성=물가는 3월에도 4%대의 고공행진이 예상되는 등 당분간 인플레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4.1%로 한은 물가안정 목표치(3.0±1.0%)의 상한을 소폭 넘어선 데 이어 2월에도 웃돌면서 물가안정이 심각한 위협을 받는 상황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물가가 당분간 4% 내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이 지속될 경우 물가 상승률이 5%에 육박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2년 2개월 만에 최고치인 6.2% 올라 앞으로 소비자물가상승을 견인할 가능성도 부담이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3.1% 올라 2009년 8월(3.1%) 이후 18개월만에 3%대로 올라서 금리인상의 여건이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근태 연구위원은 "2분기 들어 물가 급등세가 꺾일 수는 있지만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어렵고 정부의 가격안정 조치들은 인플레 기대 심리의 억제에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간 지속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금리 인하 등 본질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성장률이 잠재 성장률을 밑도는 상태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수요억제 처방을 강화하면 물가는 오르고 경기는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리비아 사태와 구제역, 저축은행 부실 문제 등 경기 둔화 요인도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기준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한은의 선택이 주목된다.
기획재정부는 "향후 물가는 국제유가 상승과 농축수산물 수급불안 등에 따라 당분간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며 "수급안정과 가격정보 공개, 시장경쟁 촉진, 유통구조 개선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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